[고양이] 바람의 일상, 융, 집 근처 고양이 그리고 겨울

01
날이 많이 추워 종이 박스에 옷가지를 넣고, 출입구를 만들어 집 근처 내놓았다. 바람이라도 피하라고. 하지만 외면 당한 느낌이다. 끄응… 사용하고 있다는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더 좋은 보금자리가 있다는 뜻이겠지? 그런 거겠지? ㅠㅠ
02
어제 저녁. 평소에 비추어 많이 늦은 것은 아닌 시간에 집으로 돌아와, 융 등이 먹을 사료를 그릇에 담고 있었다. 고양이 울음이 들렸다. 돌아보니 언제 왔는지 융이, 야아옹, 울고 있었다. 살아 있었구나!
날이 많이 추워 걱정했다. 이 추운 겨울 동사라도 하면 어떡하나 싶어서. 여름의 무더위가 힘든 만큼이나 겨울의 추위 역시 위험하니까. 추위가 한창일 때 융을 만나 안도했다. 다시 만날 수 없다고 해서 울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살아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기쁠 줄이야.
융만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바로 옆집 담장엔 또 다른 고양이가 앉아 있었다. 노랑둥이는 아니고, 예전에 우연히 한 번 마주친 아이가 아닐까 싶었다. 담장에 도도하게 앉아선, 그윽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라니! 후후. 그래 알아, ‘얼른 밥그릇 채우거라’란 뜻이란 걸.. -_-;;
암튼 추위를 잘 견디고 있어 다행이다.
03
아침에 밥을 주러 나가면, 전기포트에 담긴 뜨거운 물로 물그릇의 얼음을 비운다 -> 물그릇의 1/3 정도를 뜨거운 물로 채운다 -> 전기포트를 집안으로 들여놓고 생수를 챙긴다 -> 미지근한 물로 물그릇을 채운다 -> 생수를 집안으로 들여놓는다 -> 다시 나가 밥그릇을 채운다 -> 집으로 들어간다, 대충 이런 과정을 거친다.
오늘 아침도 밥을 주려고 나갔을 때 융이 어디선가 나타났다. 그땐 물그릇을 채우고 있었기에 얼른 밥그릇을 채워야겠다 싶어 마음이 급했다. 서둘러 물그릇을 채운 다음 집으로 들어왔다가 나가려는데, 융이 어그적어그적 걸어선 물그릇으로 다가가더라. 그리곤 물을 마시기 시작. 난 집안에 멈춰서 그 모습을 바라봤다. 융은 한참 동안 물을 마신 다음, 한숨 돌리고선 집안에 서 있는 나를 한 번 바라봤다. 그러곤 다시 자세를 바꾸곤 또 열심히 물을 마셨다. 그렇게 물을 다 마시고 나서 나를 돌아보더니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밥그릇 채우란 뜻이다).
아.. 얼마나 목이 말랐을까..
이 아이들도 안다. 아침 일찍 오지 않으면 물을 마실 수 없다는 것을. 한창 추울 땐, 아침에 물그릇을 채우고 한 시간 뒤 외출하려고 나가면 물그릇엔 얼음이 떠있다. 그러니 밥을 먹기 전에 물부터 마시는 것이 아닐는지.
그나마 오늘부터 날이 풀리기 시작해서 다행이다.
04

지난 25일 오후, 책상에 앉아 이런저런 일을 하고 있다가 몸이 뻐근하여 비틀다가 뒤를 돌아봤더니..

바람이 다음처럼 자고 있었다.

집엔 침대 매트리스는 있지만 받침대는 없다. 매트리스엔 시트를 깔았는데 바람은 시트 아래서 잠드는 걸 좋아한다. 아마도 그곳이 이 집에서 가장 따뜻한 곳이 아닐까 하는데… 하지만 평소라면 시트에 꼭꼭 숨어서 자는데, 그날은 저렇게 발라당 누워선 얼굴만 시트에 숨기고 있더라.
요렇게.
또 이렇게.
오후에만 저렇게 자는 줄 알았는데, 그날 저녁에도 저렇게 발라당 누워선 다리만 드러내고 자고 있더라. 마치 어린 아이가 이불 밖으로 발을 내놓고 자는 것처럼. 흐흐.
+
눈 내린 날 오후, 추가로 찍은 사진. 고양이가 지나간 흔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