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목요일, 두 가지 좋은 일이 있었다. 그 중 하나는 하리수 씨 주연의 <뮤지컬 드랙퀸>을 관람했다는 점이다. 아는 분이 소개해줘서 하리수 씨 공연이 있음을 알았는데 때마침 초대권이 생겨서 미루지 않고 다녀왔다. 결과만 말하면 정말 좋았다. 즐거웠고.
내용은 간단하다. 가게를 닫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할 정도로 장사가 안 되는 드랙퀸바에서 일하는 드랙퀸(오마담, 소희, 지화자, 에밀리)이 어떤 계기로 홍사장을 만나고 성공한다는 얘기. 이렇게만 요약하면 별 것 없는 듯하지만 깨알같은 재미와 공연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심지어 트랜스젠더를 이해하는데 있어 기본 정보와 인권감수성까지 빼놓지 않았다. 그래서 공연이 끝났을 때 ‘추천할 수 있는 트랜스젠더 입문’으로 판단했다. 다시 찾고 싶고.
간단하게 몇 가지만 메모하면..
일단 패러디의 향연이 매력을 더한다. 다양한 패러디가 있겠지만, 어설픔을 어설픔으로 패러디하는 장면은 특히 좋았다. 패러디가 아닌 건 아닐까라는 고민도 있지만, 어설프게 공연해야 하는 장면에선 계속 어설펐고 깔끔하게 공연해야 하는 장면에선 깔끔했다. 이것이 좋았다. 작품 속 드랙퀸 업소 <블랙로즈>가 인기 없는, 뭔가 어설픈 업소란 점에서, 만약 배우의 연기가 매우 깔끔했다면 오히려 이상했을 듯하다.
(물론 어설프지 말아야 하는 장면에서 삑사리가 나기도 했지만..;; )
“나, 해병대 나온 여자야”라는 장면은 꽤나 흥미로웠다. 사건의 갈등을 어떻게 풀까 궁금했는데, 행여라도 갈등 과정에서 눈이 맞아 갈등이 풀린다는 식이면 리뷰를 쓰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하리수 씨가 “나, 해병대 나온 여자야”라고 말하면서 갈등을 풀어가다니.. 하리수 씨가 드랙퀸을 연기했다는 점도 좋았고 또 매력적인 풍경이지만, 해병대라는 대표적 남성공간으로 불리는 곳을 이렇게 패러디하다니!
눈물이 난 곳도 있었다. 드랙퀸으로 혹은 트랜스젠더로 살며 겪는 어려움을 노래하는 과정에서 “네 엄마는 미역국 먹었냐”라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고 하리수 씨가 말했을 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오마담(하리수 역)과 홍사장이 마지막까지 친구로 남은 점 역시 좋았다. 어설프게 연애관계로 만들었다면 싫었을 듯. 너무 진부하지 않나. 깔끔한 친구 관계, 딱 좋았다.
혹시나 갈까말까를 망설인다면 꼭 보러 가시길 권합니다. 인터파크에서 예매하고 있어요.
난 몇 번 더 볼까를 고민하고 있다. <뮤지컬 드랙퀸>으로 글을 쓰고 싶어서. 시기가 참 애매한데 어떻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