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며칠 전 보리를 어깨에 올리고 돌아다니다가 거울을 봤는데, 보리가 거을 속 자신을 향해 하악하며 공격을 시도했다. 으하하. 귀여워라.
ㄴ.
보리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장면 둘.
첫째, 고양이 화장실을 청소하고 있는데 그곳에 와서 소변을 본다. 처음엔 우연인 줄 알았는데 상당히 빈번한 일이다. 바람이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일 뿐만 아니라, 바람이 화장실에 가면 그때도 난 숨을 멈추고 가만히 있는다.
둘째, 어깨에 보리를 태우고 돌아다니다가 물그릇을 갈아주려고 했는데, 혹시나 해서 물그릇을 어깨에 있는 보리에게 내밀었다. 보리는 간을 보더니 열심히 물을 마셨다. 오오, 이 놀라운 풍경이라니!
ㄷ.
등반을 좋아하는 보리는 내가 설거지라도 하고 있으면 발에서부터 어깨까지 타고 오른다. 그 다음은 꽤나 오래 머문다. 등반냥은 오랜 만이라 좋지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등반할 때 발톱을 사용하기 때문에 다치기 싫은 나는 이 더운 날, 발톱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준의 두꺼운 옷을 입고 지낸다. E는 자주 등반하는 보리의 발톱에 상처를 입는다. ㅠㅠ
그나저나 지금이야 가벼우니 등반을 해도 괜찮지만 성묘가 되어서도 등반을 하는 건 아니겠지? 그럼 그것대로 귀엽겠지만 목에 디스크가 생길 것 같은데.. 끙…
ㄹ.
내게 온지 얼마 안 되었을 땐 인간음식도 무척 탐했다. 하지만 인간의 음식은 절대 주지 않는다는 나의 원칙으로 지금은 좀 덜 하다. 여전히 밥을 먹기 힘들지만. 어느 정도냐면 밥을 차린 테이블에 올라와선 음식에 무조건 킁킁. 근데 이게 음식을 안 가린다. 어떤 날은 튀김을 집중공략하지만 어떤 날은 나물을 공략한다. 기본적으로 음식을 많이 탐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보리를 밀어내느라 밥을 제대로 못 먹을 때도 있지만 원칙을 지키는 건 중요하다. 딱 한 번 예외가 있었는데, 호두가 생겨서 호두를 먹는데 이것도 달라고 앵앵. 그래서 작게 잘라서 줬더니 몇 반 핥고 나선 무관심하더라는 뻔한 이야기.
ㅁ.
혹시나 해서 바나나를 내밀었는데 보리도 격하게 거부하며 피한다. 왜일까? 바람이 아깽이던 시절, 같이 있던 다른 아깽이도 바나나를 내밀면 입을 쩌억 벌리면서 공격성을 드러내거나 거부했다. 바나나에 고양이가 싫어하는 무슨 냄새가 있는 걸까? 으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