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부산에 갈 때마다 듣는 말이 있다. 살이 지난 번보다 더 빠졌다, 큰일이다.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살이 빠졌는지 어떤지. 나의 체감에 살이 빠진 것 같지는 않다. 그냥 몸무게는 대충 비슷한 것 같은데도 그런 말을 듣는다. 물론 집에 체중계가 없어서 정확한 몸무게는 나도 모른다. 대충 비슷하겠거니 하면서 얼추 20년 가까이 비슷한 몸무게겠거니 하며 지낼 뿐이다.
부산에 갔다가 다음날 아침 알바에 출근하기 위해선 첫 기차를 타야 하는 건 아니지만 5시 30분 기차는 타야 한다. 그래야 안전하게 알바하는 곳에 출근할 수 있다. 5시 30분 기차를 타기 위해선 3시 30분엔 일어나야 한다. 당연하지 않은가. 씻고 이것저것 준비하고 차를 타고 기차역까지 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최소 두 시간 전엔 일어나서 준비를 해야 한다. 3시 30분이란 시간은 평소엔 결코 일어나지 않는 시간이다. 새벽, 고양이가 우다다 혹은 야아아아아아아옹 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일어날 일도 없다. 하지만 일어나야 하고, 차를 놓치면 큰일일 땐 또 절로 일어난다. 알람 소리에 몸이 벌떡. 물론 요즘은 많이 피곤하니 약간의 뒤척임도 있다. 어쩌겠는가. 살다보면 내가 원하지 않을 때 원하지 않은 일정을 치뤄야 하는 날도 있으니까.
피곤하지만, 사실 이렇게 새벽 기차를 타고 오가는 일을 하면 그 주는 주말까지 계속 피로와 졸엄에 시달린다. 그리고 적응은 안 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렇게 살다보면 다른 날도 있을 테니까.
무엇보다 밑반찬 몇 개 얻었으니 다 괜찮다. 으흐흐. ;;;

혼자 있는 시간: 바람은…, 엄마는…

이박 삼일 집을 비웠다. 부산에 갔다 왔다. 부산은 날씨가 덜 더웠다. 아니, 아파트라서 그런 걸까? 때때로 시원했다. 내가 사는 서울은 찜통인데…

집에 오니 바람은 우아앙 울기 시작했다. 감히 어디 갔다 왔냐고, 네가 날 혼자 두고 집을 비웠냐고… 책상 아래 있던 바람은 날 보더니 울기 시작했고, 잠깐 짐을 정리하는 사이 매트리스의 시트 아래로 들어가선 계속해서 우아앙 울었다. ㅡ_ㅡ;;
바람이 우는 소리를 들으니 안심이 되었다. 조금 기쁘기도 했다, 평소 내가 그렇게 바람을 괴롭혀도, 잘해주는 집사가 아니어도 날 기다려줘서 고맙고 기뻤다. 며칠 비웠으니 하루나 이틀 정도 바람과 온종일 같이 지내면 좋겠지만 15일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일이 있어 계속 외출해야 한다. 심지어 일찍 나가서 늦게 들어올 수도 있다. 끄응… 바람아, 미안.
혼자 계시는 엄마를 만나려고 부산에 갔는데 반찬만 잔뜩 얻어왔다. 열흘 정도 반찬 걱정 없다. 음하하. 뭐, 인생 이런 거지.
나야 혼자 사는데 익숙하니 그렇다고 해도, 엄마는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견딜까? 매일 엄마와 전화를 하고, 가끔 만나서 얘기를 나누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주절주절5: 부산, 길치, 진로, 컴퓨터

01
명절이고 해서 부산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을 하고 있습니다?

02
부산 오는데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玄牝에서 버스터미널까지 대략 10~15분 정도의 시간 여유를 두고 출발했습니다. 그래도 불안해서 총총 걸음으로 지하철 역으로 향했고, 다행스럽게도 지하철은 빨리 왔습니다. 갈아탈 때도 지하철이 빨리만 오면, 최대 20분의 시간이 남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느긋하게 책을 읽는데… 두둥. 정신을 차리고 하차역을 확인하니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쳤… 으악. 크크크. ㅠ_ㅠ

뭐, 평소에도 반대 편으로 가는 지하철을 가는 경우가 빈번하니 새롭지는 않지만, 명절에 차를 놓치면 난리라는… 쿨럭. 그 상황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대책은 택시를 타는 것. 서둘러 달렸고, 택시를 탔습니다. 택시 기사가 말하길, 택시로는 절대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없으니 **역까지 갈 테니, 그곳에서 지하철을 타라고… 기사의 친절함에 고마움을 표하며 밀리는 도로에서 시간을 지연했습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지하철을 이용하는 편이 좋았을 지도 모르고요.

아무려나 시간은 촉박한데 지하철 입구에서 지하철 타는 곳까지는 무척 멀고, 지하철은 안 오고. 발 동동. 드디어 지하철이 왔을 때 시간을 대충 계산하니, 버스 출발 시간 직전이 아니라 버스 출발 시간까지 지하철이 도착할 가능성은 1%. 그리고 실제 도착한 시간은 버스 출발 시간을 1분 정도 넘겼던가. 아하하.

어쨌거나 저는 달렸습니다. 어지간하면 달리지 않지만 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포기하진 않았습니다. 다른 날도 아니고 명절일 때면 종종 몇 분 정도 더 기다렸다가 출발하기도 하니까요. 정시에 출발할 수도 있지만요. 일종의 도박이었고, 늦게 출발한다에 걸었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저는 엉뚱한 곳에서 또 한 번 헤맸습니다. 아, 아름다운 세상! 길찾기와 대중교통 이용에선 이보다 더 루인다울 수가 없습니다. 크크크, 그리고 나름 미칠 듯이 달려서(다른 사람이 보기엔 아마 그저 쫌 빨리 걷는 폼;; ) 출발역으로 갔습니다.

아아… 이럴 수가!

빈자리가 있다며 미리 출발할 사람이 있는지 묻고 있는 버스 직원. 버스는 아직 출발하지 않았습니다. 크크크.

03
이렇게까지 꼭 부산에 와야 했느냐고요? 글쎄요. 부산에 못 왔을 때 들을 말들이 피곤해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버스 놓치면 그냥 안 가고 말지라는 고민을 안 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간다고 하고서 안 갔을 때 들을 말과 나의 전후사정을 설명할 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너무 피곤하더군요.

04
이렇게까지 해서 부산에 왔는데… 성과가 있네요. 부모님은 제가 취직이든 대학원박사과정이든 뭐든 얼른 하길 바랐고, 저는 천천히 하길 바랐는데요. 천천히 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걸, 이제는 납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반드시 좋은 건 아닙니다. 이 과정은 썩 유쾌하지 않으니까요. 몇 년 동안 논쟁(?)했고, 그런 과정에서 묵은 기억을 마치 새것처럼 생생하게 경험하기도 했으니까요.

결국, 결과론으로만 좋은 일이긴 합니다. 올해 가을에 박사과정에 갈까 고민했는데, 좀 더 시간 여유를 두고 천천히 결정할까 봅니다. 안 갈 수도 있고요. 🙂

05
이런저런 연유로 부산집에도 데스크탑이 생겼고, 인터넷도 개통했습니다. 데스크탑을 켜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인터넷익스플로러6(ie6)를 연다 -> 오페라 브라우저를 설치한다 -> 오페라 브라우저를 열어선, 우분투/리눅스 파일을 다운로드한다 -> 우비(wubi)를 설치한다 -> 우분투 업데이트를 한다 -> 우분투에서 웹브라우저를 열고 이메일 등, 로그인이 필요한 일을 한다”였습니다. ;;; 제가 편집증 혹은 강박증이라고 해도 할 말 없습니다. ;;;;;;;;;;;;;;;;;;;;
(우분투를 극도로 신뢰해서라기보다는 여러 사람이 사용한 윈도우XP의 보안이슈를 신뢰하지 않아서입니다. 참고로, 전 비밀번호가 드러나서 다른 사람이 해킹해도 상관없을 지메일 계정이 하나 있습니다. 공용PC에서 메일이나 파일을 보내야 할 경우를 대비해서 만든 거죠. 결국 강박증의 문제네요… 아하하;; )

아울러 윈도우XP에서 소리가 안 난다고 고쳐달라는 주문을 받곤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컴퓨터를 잘 하는 게 아니라, 검색사이트를 믿는 거죠. 🙂 이런 문제에서 제가 찾는 질문은 이미 누군가가 했으니까요. 흐흐. 저는 윈도우XP에서의 문제니까 금방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우분투를 사용하며 문제가 생기면 금방 해결할 수 있듯, 그렇게요. 사용자가 훨씬 많으니 해결도 매우 빠를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의외의 사실을 배웠습니다. 사용자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문제해결이 쉬운 것은 아니란 점이죠. 제가 해결해야 할 문제와 비슷한 문제를 지닌 사람은 상당히 많았습니다. 비슷한 질문도 수두룩했습니다. 하지만 대답은 대체로 두루뭉실했거나 자기도 그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식이었습니다. 많은 질문은 너무 막연해서 대답 자체가 어려웠고, 그래서 많은 대답 역시 두루뭉실할 수밖에 없더군요. 그래서 제가 처한 문제를 해결할 대답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사용자가 많으면 그 만큼 유사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많으니 해결책을 찾기가 쉬울 것 같지만, 어떤 경우엔 사용자가 매우 적은 상황에서, 해결책을 찾기가 더 쉬울 수도 있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꽤나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06
02번 상황에서 밝히지 않은 사실 하나. 사실 전 차표를 미리 발권하러 가선, 어떻게 버스를 타는지 다 확인한 상태였다는 것! 훗. 정신이 없으면 익숙한 길도 낯선게 아니라, 길치에겐 사전답사 같은 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후훗. (왠지 자랑스러워 하는 분위기? ;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