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나는 글을 쓰겠지만, 트랜스젠더 이론을 읽는 사람은 거의 없고, 그나마 읽은 사람 중 상당수는 신경도 안 쓰는데 굳이 글을 쓰고 출판해서 뭐하나 싶을 때가 있다. 이를테면 트랜스젠더 이론을 출판한다고 해도 이것을 읽는 사람은 극히 적고, 그 소수의 일부는 논의를 신경도 안 쓴다. 글은 읽지만/소비하지만 단지 그뿐, 신경도 안 쓴다. 그런데도 굳이 글을 출판할 필요가 있을까? 뭐하려고? 이건 허탈한 감정이나 허무한 감정이 아니라 분노다. 트랜스젠더 이론에, 트랜스젠더 인식론에, 트랜스젠더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말하면서도 트랜스젠더 논의를 통해 기존 논의를 재구성하기는커녕 포함 조차 하지 않는 반응을 접할 때마다 질문한다, 이거 출판해서 뭐하나… 다시 말하지만 이건 허탈이 아니다. 이건 한 트랜스젠더의 분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