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을 불편하게 만들도록, 당신의 위치를 불안하게 만들도록 글을 쓸 것이다. 당신이 안심하면서 읽는 글이 아니라 때때로 중간에 집어 던지고 싶을 그런 글을 쓰겠다.
이것은 4월 중순이 마감인 원고를 쓰기에 앞서 내게 하는 다짐이다. 물론 그 글은 완전 새로운 얘기를 하기보다 이제까지 했던 이야기를 가급적 쉽게 써야하는 기획이다. 나는 그 얘기가 지겹다고 했지만 나를 추천하고 내게 조언을 준 선생님은 새로운 독자를 만날 기회를 만들라고 하셨다. 지금까지 나의 글을 읽는 독자와는 다른 독자를 만날 기회라고 조언하셨다. 그러며 트랜스젠더와 비트랜스젠더의 접점을 만드는 데 좀 더 초점을 맞추며 글을 쓰면 좋을 거라고 했다. 트랜스젠더의 젠더 이슈는 비트랜스젠더의 젠더와 무관하다고 여기는 이들이, 트랜스젠더의 젠더 이슈를 자기 이슈로 인식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면 좋겠다고 했다. 그 조언을 듣고 원고를 쓰겠다고 확정했다. 이런 기획이라도 나는 그 잡지의 독자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슬플 것 같다.
그렇다고 당신이 틀렸다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당신은 틀렸다’와 같은 언설은 도발도 아니고 불편함도 아니다. 그냥 소통하지 않으려는 태도다. 나는 당신의 위치를 불안정한 상태로 만들고자 할 뿐이다.
그러고 보면 내 글을 읽고 좋다고 말씀해준 고마운 분들은 대체로 나와 비슷한 연배다. 꼭 그렇진 않지만 대체로 그렇다. 이번 원고는 나보다 한 세대 앞선 이들이 중심독자이란 점에서 새로운 시도이기도 하다. 물론 안 읽으면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