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야 할 글도 있고 저녁 약속(이라고 쓰고 회의라고 읽는다ㅠ)도 있어서 일찍 玄牝으로 돌아 왔다. 그러나 약속이 취소되어 일단 저녁을 사러 밖으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 평소엔 잘 안 다니는 골목으로 움직였는데, 어디선가 작은 고양이가 길을 가로질러 달려갔다. 나는 너무 반가워서, 마치 예전에 살던 곳의 동네고양이라도 만난 것처럼 그렇게 반가움을 표현할 뻔했다. 나는 멈췄고 혹시라도 눈이 마주칠까 잠시 기다렸지만 고양이는 어딘가로 숨었다. 아쉬움을 달래며 걸었다. 계단을 올라가려고 하는데, 계단 한쪽에 고양이가 앉아 있었다. 쓰레기 봉투가 지저분하게 놓여 있는 곳. 아마 먹이를 찾고 있는 중이었겠지. 고양이가 놀랄까봐 거리를 두고 잠시 멈췄다. 고양이는 나를 보더니 모퉁이로 숨었다. 조심스레 계단을 올라가자 고양이는 들어가기도 불편한 구석으로 기어들어갔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고양이캔을 꺼내 고양이가 앉아 있던 자리에 놓아두고 얼른 피했다. 추운 겨울을 살아 낸 귀한 생명… 다행이고 또 다행이다. 이유 없이 고마움을 느꼈다. 그리고 예전에 살던 곳의 고양이가 보고팠다. 잘 지내겠지? 내가 없다고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닌 세상. 내가 없다고 그 동네 고양이들에게 큰 일이 생기는 건 아니다. 안타깝고 또 아쉬운 건 나의 감정일 뿐이다. 나의 감정은 결국 자기연민, 자기만족일 따름. 그나저나 주택가에 사는 지금, 나는 내가 사는 곳에 고양이들이 슬쩍 지나가길 바라지만, 내가 사는 곳은 고양이들이 돌아다니기엔 너무 높은 곳이다. 나는 또 이곳에서 고양이를 찾아 다닐까? 혹은 어떤 사랑을 찾아 다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