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 2007.07.18. 20:00, 아트레온 7관 9층 D-2
※스포일러 없어요.
있잖아, 핌이 아니라 플로이에게 이입하고 있었어.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지만, 핌과 플로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핌이 아니라 플로이에게 이입하고 플로이의 심정을 이해하는 자신을 깨달았어. 왜, 그런 거 있잖아, 덜 사랑 받는다는 느낌. 이런 느낌이 들 때 생기는 억울함 혹은 어떤 분함. 이런 감정을 가지고 있는 플로이니까. 후반부에도 여전히 플로이에게 이입했고.
그래서 슬펐어. 이 영화, 공포영화라기보다는 좀 슬픈 영화라고 느꼈어. 슬픔이 어떻게 공포가 될 수 있는지를 그린 영화는 아닐까 했지. 내겐 슬픔인데 다른 사람에겐 나의 슬픔이 공포가 된다거나. 나의 슬픔이 너무 커져서 공포라는 형식으로 그 슬픔이 되돌아온다거나. 너무 무서워서 울거나, 너무 울어서 무섭거나.
현실과 환상이라는 경계, 이 모호한 경계가 이 영화에서도 계속 되더라고. 이런 영화가 좋아([열세 살, 수아]처럼). 내겐 현실인데 다른 사람들에겐 환상이거나 “정신착란”이라고 여겨지는 상황. 주인공에겐 귀신이 현실인데, 자꾸만 나타나서 괴롭히는 현실인데, 의사에겐 뇌에 문제가 있거나 강박에 따른 착각으로 간주되는 상황. 사실, 많은 일들이 이렇잖아. 나는 경험했는데, 남들은, “착각한 거 아냐?”, “뭐, 잘 못 본 거 아냐?”라고 반응하는 일들 참 많잖아. 그리고 이 순간, 나의 경험은 공포가 되거나 슬픔이 되고.
근데, 위는 참 재수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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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왜 공포영화를 극장에서 읽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근까 본격적으로 공포가 시작될 즈음이면, 마구마구 후회하기 시작하는데, 도대체 왜 이 영화를 읽겠다고 했는지, 자책하는데, 막상 영화가 끝나고 나면, 또 다른 공포영화라는 장르를 찾고 있는 루인이라니. 흐흐. 마구마구 후회하는 이 감정이 공포영화를 찾게 하는 힘인 것 같아. 이 감정을 못 잊어 다시 찾는 거 같아.
02. 별 군더더기 없이 충실하게 잘 만든 영화란 느낌. 영화를 읽으면서, 이 영화 참 착하다고 느꼈는데, 이쯤에서 뭔가 나오겠다 싶으면 어김없이 나오고, 뭔가 나오기 전엔 배경음악으로 적절히 알려 주기 때문에 미리 준비할 수 있달까. 근데, 미리 준비를 하고 예상을 하고 있음에도, 무섭게 만든다는 거, 그게 이 영화를 공포영화로 분류했을 때의 힘인 거 같아.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란 없다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줄거리를 어떻게 풀어 가는가가 중요한데, [샴]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진행임에도 불구하고, 공포를 조성하고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는 점에서,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