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이번에 석사 논문 심사에서 통과한 사람 몇 명과 얘기를 나누다가 문득 깨달았는데…
석사학위논문을 쓸 때 나의 가장 큰 고민은 내 주제가 학제에서 고작 20년 정도 되었을 뿐이란 점이었다. 참고문헌의 태반이 1990년 이후 출판되었다. 이것은 여러 고민 거리를 안겼는데, 그 중엔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문헌을 인용하고 있다는 불안도 있었다. 물론 나는 그 논의를 신뢰하기에, 그 논의가 적절하다고 판단했기에 인용했다. 그럼에도 비교적 최근 논의를 다루고 있다는 것은 내게 좀 복잡한 감정이었다. 물론 트랜스젠더 이론은 얼추 20년 전만 해도 학제에선 다루지도 않던, 논의 거리로도 취급하지 않던 지적 전통의 산물이다. 이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힘이다. 이 힘은 다른 한편으론 조금 불안한 토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것이 배부른 고민이란 걸 깨달았다. 박사학위논문의 주제는, 좀 더 공부를 해야 더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지만, 억지로 길게 잡아도 얼추 15년이 안 되었다. 트랜스젠더 이론은 그래도 학제에 본격 자라라도 잡았지. 박사학위논문의 주제는 학제에서 간헐적으로만 다룰 뿐 제대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아아… 난 왜 이런 주제만 쓰려고 하는 것일까? 끄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