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22명 중 20명이 정신질환… 처벌·치료 병행 시급
■ 세브란스 병원, 가해자 첫 정신과 분석<br>8명이 성도착증 진단 그중 5명이 소아성애증 격리·수감만으론 부족
한국일보 | 임소형기자 | 입력2012.09.05 20:39 | 수정2012.09.06 09:01
이 기사를 읽고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갑갑함일까, 참담함일까, 어떤 어처구니 없음일까? 당황하기도 했고 황당하기도 했다. 이 무슨 소린가 싶다. 물론 연구참여자 역시 정신병이 곧 성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지만 그렇다면 이 연구를 시행할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다소 억지로 번역해서 쓰는 용어 중 ‘세대 간의 사랑’이 있다. 영어권 논문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는 용어다. 한국에서 익숙한 용어는? 소아기호증, 소아성애증이 될까? 하지만 정치적으로 완전히 다른 맥락이다. 소아기호증, 소아성애증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사람 간의 성적 관계, 연애 관계 등을 질병으로, 정신병리로 설명하려는 용어다. 이것은 근대 국민국가의 미래라고 일컫는, 국가의 재생산에 핵심으로 여기는 아동을 어떤 성적 욕망도 없고 순수한 존재로 박제하기 위한 용어기도 하다. 세대 간의 사랑은 정신병리화를 비판하며 단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지점만 밝힌다. 나는세대 간의 사랑보다 더 좋고 적절한 한국어가 있다면 그것으로 바꾸고 싶지만, 현재로선 못 찾고 있으니 세대 간의 사랑을 고집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사랑이 질병이나 정신병, 범죄라고 판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판단엔, 어느 일방의 권력 횡포, 위계, 강압 등이 가급적 없다는 것을 전제한다(이것이 위험한 전제, 가정이란 것을 안다). 횡포, 강압 등이 개입한다면, 그건 세대 간의 사랑이건, 비슷한 연배의 사랑이건, 동성애건 이성애건 양성애건 뭐건 간에 다 논쟁적 관계 아닌가? 물론 이때 횡포, 강압을 판단하는 기준이 규범적 이성애 관계일 수 없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성폭력 사건이 연일 보도되면서 공안정국이 조성되고 많은 섹슈얼리티와 젠더표현이 범죄로 수렴되는 현상을 읽으며 상당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범죄가 있다면 그것은 관련 법으로 처벌하면 된다. 이 사회의 다양한 비규범적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싸잡아 성범죄로 몰아세우는 분위기를 그저 침묵할 수는 없다. 성폭력은 범죄지만 어떤 사람의 성적 지향까지 범죄로 뭉뚱그리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성범죄와 정신질환의 관계를 연구했다는 논문의 의도 자체가 의심스럽다. 그것은 아마도 범죄를 의료화하여 의료 권력을 더 강화하려는 욕망이겠지. 일상의 모든 행동, 사건을 의료 기준으로 판단하고자 하는 욕망, 그리하여 모든 가치 판단의 최종심급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겠지. 이 얄팍한 의도가 너무 뻔해서 민망할 지경이다. 성범죄와 정신병력의 관계는 그저 우발적이다. 이것이 그 범죄 행위의 다양한 권력 맥락을 지우는 수단이어선 안 된다.
아울러 성범죄와 테스토스테론 수치의 관계라니.. 이 구절에서 나는 이 연구가 화학적 거세를 지지하려는 기획이라고 의심한다. 인간 활동에 호르몬의 효과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이것이 성폭력 가해에 영향을 끼친다는 얘기는 성폭력을 인간 본성으로 접근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그리 다르겠는가.
온갖 불편하고 황당해서 무엇이라고 더 논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