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 얼간이 + 별을 쫓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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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 얼간이]를 봤습니다. 그것도 두 번. 무척 재밌습니다. 중간에 불편하고 불만스런 장면도 여럿 있습니다.
줄거리는 여기: http://goo.gl/OM5SN
제도 교육이 훈육하는 방식으로 살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즐겁게 하면 성공할 거란 메시지를 전합니다. 주제는 무겁지만(?!?!) 영화는 무겁지 않습니다. 연신 키득거리고 심심찮게 박장대소하는 영화랄까요. 상영시간이 170분인데 결코 길단 느낌이 안 들 정도입니다.
십대나 대학생 교육용으로 좋을 것 같지만 대학 총장, 교육 관련 공무원, 학부모가 보면 좋을 영화입니다. 십대에게 자신의 꿈을 찾아 원하는 것을 하라고 말해봐야 소용 없습니다. 사회적 분위기가 원하는 일을 하라고 권하지 않는데 이런 영화  번 보여주면 뭐하겠어요. 십대나 대학생이 원하는 것을 하고 싶지 않아서 취직 준비하는 것 아니니까요.
하지만 영화 중간중간에 매우 불편한 장면이 나옵니다. 이를 테면 스승의 날 행사 때 장면입니다. 학장의 노고를 찬양하는 발표를 하기로 되어 있는데, 주인공이 발표자를 골려주려고 발표문을 일부 수정합니다. “헌신”을 “강간”으로 고치는 식입니다. 감독의 의도는 암기식 교육을 강요하는 학장을 비꼬는 것이겠지만, 성폭력을 웃음거리로 만들 뿐입니다. 이 장면으로 인해 추천하기 힘든 영화입니다. 아울러 의사인 피아는 언제나 남자친구와 함께 합니다. 무척 바쁠 의사인데도 바쁘지도 않은지 남자 친구가 있는 곳에 거의 항상 함께 합니다. 감독의 젠더 감수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죠.
아울러 영화는 원하는 일을 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듣고 싶은 말은,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다”입니다. 다른 말로, 성공이라는 개념 자체를 다시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영화였다면 좋겠다 싶어요. 영화는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 기존의 성공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주류 교육과 주인공 “세 얼간이”의 차이를 무효로 만듭니다.
이렇게 적으니 도대체 왜 두 번이나 봤나는 말이 나오네요.. 으하하.
02
애미메이션 [별을 쫓는 아이]를 봤습니다.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이니까요.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별의 목소리]를 무척 좋아하고 장편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도 좋게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심지어 주간지에 실린 영화평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영화 평론을 믿지 않지만 극장을 찾아야겠다고 추동한 힘이긴 합니다.
그러나…  죽음도 삶의 일부라는 식의 뭔가 깊이 있는 얘기를 하려고 하는 건 알겠지만 너무 산만합니다. 내용이 자꾸 끊기는 인상입니다. 괜히 봤다 싶어요. 그냥 좋은 작품만 기억하면 좋았을 텐데…
못 만든 작품은 아닙니다. 제 기대가 너무 높아서 발생한 아쉬움일 수도 있습니다. 암튼… 뭐,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