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쪽에 걸쳐 트랜스젠더를 정말 쉽게 설명하는 글을 썼었다. 과거형인 이유는 이 글을 공들여 썼지만 폐기하기로 결정해서다. 하지만 그냥 버리긴 또 아쉬운 게 사람의 마음. 그래서 그 글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고 있다. 백과사전에 사용하기엔 그 설명이 너무 쉬워서 곤란하다. 그렇다고 다른 데 추가하기에도 애매하다. 블로그에 포스팅하게엔 너무 길다. 😛 그래서 고민, 고민.
-그냥 폐기하진 않겠지만 글을 읽고 논평을 준 사람의 공통 반응은 정말 쉽다였다. 기쁘다. 쉽게, 더 쉽게 쓰면서도 내가 지향하는 정치학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데, 일단 쉽다는 점엔 성공했다. 아, 물론 쉽다고 논평을 준 사람이 트랜스젠더에 어느 정도 감이 있는 사람이고 퀴어 이슈를 공부하는 사람이란 게 함정. 흐흐흐. ㅠㅠㅠ 그래도 이제까지 쓴 글 중에서 가장 쉽다는 평을 들어서 기뻤다.
-그 글을 쓸 때 내가 독자로 상정한 사람이 있다. 이태원 연구를 하며 만난, 이태원의 트랜스젠더 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트랜스젠더다. 그 당시 나는 내가 공부하는 지식을 공유하지 못 했다. 공유하지 못 했을 뿐만 아니라 설명하는 것 자체를 어려워했다. 그래서 나는 매우 자주 그때 만난 트랜스젠더를 떠올리며 그들을 독자로 상정하고 싶어 한다. 물론 이제 시간이 많이 지났다. 그때 만난 그들은 나의 환상에나 존재하지 실존이 아니다. 그러니 솔직하게 말해서 내가 독자로 삼는 사람이 누군지 조금 헷갈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쉽게 쓰기 위해서 내가 주로 사용하는 언어도 다 버렸다. 내 글에선 거의 반드시 사용하는 핵심 용어가 있기 마련이데 그것을 단 하나도 안 썼다. 우후후. 잘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실험할 가치는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어느 중간 지점을 찾으면 되니까.
-그리고 쉽게 쓰는 작업이 어렵지만 동시에 재밌다. 문제는 다시 학술적 글쓰기를 잊으면 안 되는데… 이 부분이 걱정이다. 끄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