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 릴리] 2007.06.27.수, 20:20 씨네큐브광화문 2관 38번
01
예전에, 어느 “심리테스트”같은 그런 간단한 글이었다. 몇 가지의 물건을 제시하고 불이 났을 때 당신은 무엇을 챙겨가겠느냐고 물었다. 몇 가지 중 어느 하나 몸에 드는 건 없었기에, 그 중에서 선택할 건 사진뿐이었다. 각각의 선택을 해석하는데, 사진은 기억이었다. “당신은 기억/추억 속에 살고 있군요.”
02
기억을 왜곡하는 샤오리와 기억을 잊으려는 다케코. 사실은 둘 다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기억을 왜곡하는 행위와 기억을 잊으려는 행위와 기억을 끝까지 붙잡으려는 행위는, 모두 기억을 어떤 식으로건 기억하려는 행위다. 잊기 위해선 떠올려야 하고, 잊으려는 행위는 왜곡하는 행위와 같고, 왜곡하는 행위는 기억을 기억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일기장에 기록한 그때의 일과 지금 기억하고 있는 그때의 일이 같지 않듯.
03
영화가 끝나고 사람들이 나가는 길에, “웬 뜬금없는 해피엔딩”이란 말을 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이 “해피엔딩”인지 “샤오리의 꿈”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어쩌면 그 모든 일들이 샤오리의 꿈속에서 일어난 일인지도 모른다. 영화 속 모든 일들이 어쩌면 샤오리가 만들어낸 이야기일 수도 있다. 비록 몸에 어떤 흔적이 새겨져 있다고 해도, 마지막 장면에선 그 흔적을 보여주지 않으니까.
04
다시 읽고 싶다. 상영시간이 애매하긴 하지만. 아님, 그냥 DVD가 나오길 기다릴까? 사실 이미 다운로드를 받았다. 그럼에도 다운받은 영상은 읽지 않았다. 아마 자막 때문이겠지. 근데 감독판과 일반판이 다르다고 하는데. 그러고 보면 여성영화제때와 이번에 본 내용이 좀 다른 것 같기도 하다.
어느 기억을 믿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