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크록스다) 바닥에 구멍이 났다. 구멍은 작년 여름이 끝날 즈음 났다. 하지만 신는데 큰 불편이 없어 그냥 신었고 다시 여름이 오면 새로 사겠다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올해, 다시 여름이 왔고 나는 신발을 새로 사는 게 귀찮아서 구멍이 났지만 그냥 신고 다녔다. 구멍은 조금씩 더 커졌고, 자갈이라도 깔려 있는 길을 걷느라면 구멍으로 발바닥을 살콤하게 찌르곤 했다. 때론 구멍에 작은 돌이 끼어선 발바닥을 콕콕 건드렸다. 큰 불편은 없고, 신발을 새로 사기도 귀찮아서 그냥 신고 다닌다. 한 곳에만 구멍이 났을 뿐 신고 다니는데 지장은 없다. 그리고 장마철이 다가오고 있다. 이미 몇 번 비가 많이 내렸다. 신을 신고 다니면, 물이 고인 바닥을 조심히 걷는 것만으로 물이 들어온다. 귀찮아, 신발 새로 고르는 거 귀찮아. 이렇게 블로깅했으니 이제 신발을 살까? 아님 귀차니즘이 발동하면서 이번 여름도 그냥 버틸까? 근데 길에 물이 젖으면 크록스는 쑥쑥 미끄러진다. 휘청거리면서 넘어질 뻔한 경우가 여러 날이라 비가 내리면 아장아장 걷는다. 그래서 크록스가 아닌 다른 걸 사고 싶지만.. 크록스만한 게 없다. 크록스가 가장 좋다는 게 아니라 알바하는 곳에서 조리는 금하고 있고 다른 복장은 몰라도 신발은 좀 자제염..이라고 해서 크록스로 타협했다. 흠.. 어떡하지.
[태그:] 신발
결국 돈 문제
01
이사 날짜를 잡은지는 한참 지났다. 이제 이사 준비로 분주한데 새로 갈 집을 청소해야 하니, 이건 두 집 살림하는 기분이다. 하하.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비용이 많이 든다. 그렇잖아도 근근히 살아가는 삶인데 이사 준비에 따른 지출 증가는 은근히 스트레스.
실질적인 이사는 입금 예정에 있는 수입을 바탕에 두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어느 것도 입금이 안 되고 있다. 예상 수입 중 어느 것도 정확한 입금 일자가 없었기에 통장 잔고에 없는 비용을 책정한 것 자체가 잘못이긴 하다. 내가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미래수입은 수입이 아니라는 태도 때문인데… 어째 뭔가 실수한 듯. 더구나 어떤 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거 같다. 아아아…
02
새로 살 곳은 방이 두 칸이라 처음엔 작은 방을 월세로 낼까 하는 고민을 했다. 이 고민을 지금이라고 아예 접은 건 아니다. 월세를 고민한 솔직한 이유는 적은 금액이라도 월세를 받으면 공과금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꿍꿍이였다. 하하. ;;; 하지만 월세로 내기엔 차마 민망하다. 여러 가지로.
월세를 낼까 고민하고 있다는 농반진반에 사람들의 공통 반응이 있었다. 내가 내건 조건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나의 조건은 담배를 안 피는 사람, 술을 안 마시는 사람 등등. 하지만 사람들은 상대방이 나의 성격을 견디는 게 가장 큰 문제일 거라고 말했다. 으하하. 백 번 동의한다. 크크크. 맞다. 내가 봐도 상대방이 나의 성격을 견딜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 중 하나는 결국 고양이 정도만이 나를 견뎌 줄 수 있지 않을까? 흐흐. 그러며 월세로 다른 사람을 들이는 고민은 접었다.
그런데 오늘 낮에, 이사 갈 집에 청소하러 갔다가 다시 월세로 방을 내놓을까 하는 고민을 진지하게 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다양한 형태의 집에서 살았는데, 이번에 가는 집은 또 다른 형태다. 반지하에서도 살았고, 주택가 1층 문간방(별채? -_-;; )에서도 살았고, 옥탑에서도 살았고. 부산집에선 아파트와 시골집에서도 살아 봤고. 이번엔 주택가 2층이고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2년 계약을 다 채우면 더 연장할 수도 있고, 2년을 못 채우고 이사를 준비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바로 이런 동네에 살 예정인데, 집이 상당히 낡았고 묵은 때가 상당히 심했다. 청소를 하다보니 이건 결코 혼자서 관리할 수 있는 집이 아니란 걸 깨달았달까.
난 가끔 기본적인 일만 처리하고 그 외의 일은 전혀 할 수가 없는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이 상태가 좀 오래 지속되기도 하고, 몇 달만에 끝나기도 한다. 새로 이사갈 집에서 무기력 상태에 빠져 집 관리를 한번 그만두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턴 수습할 수 없는 상태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그래서 월세를 매우 적게 받더라도 나를 좀 관리해줄 사람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불안 혹은 망상을 했다. 하지만 역시나 나의 성격이 문제다. 으하하.
03
봄가을에 신던 신발은 이미 물이 새는 상태였다. 그래서 봄가을 신발을 새로 사야 하는데…라고 예전에 쓴 적이 있지만 아직 안 샀다. 그리고 지금은 겨울이라 겨울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데. 눈이 내리거나 비가 오면 물이 새서, 운동화란 신발이 원래 그런가보다 했다. 그러며 그냥 지냈는데.
어제 玄牝에 갔을 때, 신발 상태를 이리저리 훑어보다가 한 곳이 심하게 찢어졌단 걸 깨달았다. 그러니 그냥 물이 새는 정도가 아니라 신발이 물을 마시는 상태랄까. 크크크. 겨울 운동화도 새로 사야 하는구나… 허허. 역시나 돈이 없다. 이사 비용 내고 나면 파산 직전으로 갈 듯? 후후. 주급으로 받는 알바가 있어 굶지는 않겠지만. 에헷.
근데 옛날 일을 떠올려보면 어릴 때부터 신발이 찢어질 때까지 신지 않은 적이 없는 듯하다. 신발이 찢어져도 그냥 신고 다녔던 적도 많고. 찢어진 걸 모르기도 했지만 신발이나 옷가지에 욕심이 없기도 하고 무심하기도 하고. 집안 형편 문제도 있긴 했지만 이건 별개로 하고. 흐흐. 찢어진 걸 알고 있어도 그냥 신고 다닌 적이 많다. 남들은 신발을 바꾸라고 하는데 내가 무심해서 상대방이 당황한 적도 있고. 큭큭.
이것보다 좀 더 재밌는 일은 라디오를 들을 때 일어난다. 진행자가 청취자 사연을 읽다보면, 어릴 때 집이 가난해서 찢어진 신발을 신고 다닌 경험이나, 집안 형편이 어려워 자식들 신발이 찢어졌는데도 새 신을 못 사줘 가슴이 아팠다는 경험이 나오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난 항상, 내겐 이런 경험이 없었다는 듯 들었다. 이건 어떤 의미에서 사실이다. 동일한 방식으로/감정으로 경험하지 않은 일을 동일한 경험으로 묶을 수는 없으니까. (조금 딴 소리를 하면, 표면적으로 동일한 경험 같지만 동일한 방식으로, 유사한 감정으로 겪지 않은 일을 ‘다른 경험’으로 분류한다면, 인터뷰나 질적연구는 이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문득 궁금.)
04
암튼 이러나 저러나 다 돈 문제다. 돈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