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역할 모델의 악순환

아빠처럼 살지 않을 거야,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종종 아빠처럼, 엄마처럼 산다. 자신이 살지 않겠다고 얘기하는 바로 그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렇게 살려고 해서가 아니다. 그렇게 살지 않으려고 해서다. “~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는 말, 그리고 이런 다짐에서 상상할 수 있는 역할 모델은 원치 하는 삶 뿐이다. 부모처럼 살지 않겠다는 다짐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삶의 양식만을 유일한 삶의 양식으로 되새기는 일과 같다.

부모처럼 살지 않을 거야, 나는 어느 연예인 부부처럼 살거야…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 중 일부도 종종 원치 않는 삶의 방식을 되풀이한다. 살고 싶은 방식을 성취하지 못 해서가 아니다. 성취했음에도 그것은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 부/모의 그것과 유사하다. 살지 않겠다고 얘기하는 삶의 양식과 살고 싶다고 얘기하는 삶의 양식이 별반 다르지 않은 형식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둘 다 이성애-이원젠더 규범에 맞춘 형식이라거나…
그래서 그냥 아예 다른 식의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결혼은 하지만 부/모처럼 살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아예 결혼 제도 자체를 문제삼는다거나..


그러니까 이 글은 동성결혼을 둘러싼 어떤 반응에 관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