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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의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나는 그의 흔적을 신경쓰지 않았다. 여행에 따른 피로로 지쳤고 며칠 동안 잠에서 깨지도 않았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배가 고팠고 밥을 사먹기 위해 외출했다. 지친 상태에선 음식을 할 기운이 없었다. 간단하게 배만 채우면 그만이었다.
유난히 더운 여름이었다. 열대야로 밤에도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었고 낮잠을 자도 피곤했다. 무더위는 잠을 불렀고 잠은 또 다시 잠을 불렀다. 나는 계속 잠을 잤고 배가 고플 땐 근처 식당에서 밥을 사먹었다. 지독한 더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자는 것과 식당에서 밥을 사먹는 것 뿐이었다. 그것 외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내 감각은 등줄기와 목덜미, 가슴께를 기어가는 무더운 개미 걸음에 집중해 있었다. 이 개미만 다 없애면 참 좋을 텐데…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뾰족한 수는 없었다. 더위를 피할 방법은 가만히 있는 것 뿐이었고 샤워를 해도 그때 뿐이었다. 늘 비몽사몽한 상태였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내가 밥을 먹고 있는 건지 어떤 건지 헷갈릴 때가 많았다.
그렇게 그가 내게 온지 석달 정도 되었을 때, 더위도 한풀 꺾였을 때, 그제야 나는 생각이 났다는 듯 냉장고를 열었다. 여행을 떠나던 날 지었던 밥과 같이 먹으려고 만들었던 반찬, 냉파스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냉장고엔 생각보다 많이 썩은 그의 몸뚱아리가 곱게 놓여 있었다. 보온상태였던 전기밥솥 속 그의 머리는 잘 익다 못 해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아아… 이걸 어떻게 다 치우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