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락의 첫 번째 영화 상영회: 한국 최초 레즈비언 영화 [금욕]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에서 소장 기록물을 여러분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이번에 공유할 작품은 한국 최초의 레즈비언 영화란 평을 받고 있는 [금욕]입니다.
이 영화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으니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
==다음은 퀴어락 공식 소개글==
안녕하세요.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입니다 ^^
 
한국 최초의 레즈비언 영화를 아시나요?
1976년 김수형 감독의 <금욕-여자와 여자>라는 작품을 아시나요?
 
9월 7일 늦은 오후 7시 30분 퀴어락이 상영회를 준비했습니다.
KSCRC 커뮤니티 룸에서 대형스크린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
놓치시지 마시길 !!
 
쾌적한 영화 관람을 위해 선착순 20명까지만 관람예약을 받고 있습니다.
kscrcqueer@naver.com 으로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 메일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퀴어락-

영화: 세 얼간이 + 별을 쫓는 아이

01

영화 [세 얼간이]를 봤습니다. 그것도 두 번. 무척 재밌습니다. 중간에 불편하고 불만스런 장면도 여럿 있습니다.
줄거리는 여기: http://goo.gl/OM5SN
제도 교육이 훈육하는 방식으로 살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즐겁게 하면 성공할 거란 메시지를 전합니다. 주제는 무겁지만(?!?!) 영화는 무겁지 않습니다. 연신 키득거리고 심심찮게 박장대소하는 영화랄까요. 상영시간이 170분인데 결코 길단 느낌이 안 들 정도입니다.
십대나 대학생 교육용으로 좋을 것 같지만 대학 총장, 교육 관련 공무원, 학부모가 보면 좋을 영화입니다. 십대에게 자신의 꿈을 찾아 원하는 것을 하라고 말해봐야 소용 없습니다. 사회적 분위기가 원하는 일을 하라고 권하지 않는데 이런 영화  번 보여주면 뭐하겠어요. 십대나 대학생이 원하는 것을 하고 싶지 않아서 취직 준비하는 것 아니니까요.
하지만 영화 중간중간에 매우 불편한 장면이 나옵니다. 이를 테면 스승의 날 행사 때 장면입니다. 학장의 노고를 찬양하는 발표를 하기로 되어 있는데, 주인공이 발표자를 골려주려고 발표문을 일부 수정합니다. “헌신”을 “강간”으로 고치는 식입니다. 감독의 의도는 암기식 교육을 강요하는 학장을 비꼬는 것이겠지만, 성폭력을 웃음거리로 만들 뿐입니다. 이 장면으로 인해 추천하기 힘든 영화입니다. 아울러 의사인 피아는 언제나 남자친구와 함께 합니다. 무척 바쁠 의사인데도 바쁘지도 않은지 남자 친구가 있는 곳에 거의 항상 함께 합니다. 감독의 젠더 감수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죠.
아울러 영화는 원하는 일을 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듣고 싶은 말은,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다”입니다. 다른 말로, 성공이라는 개념 자체를 다시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영화였다면 좋겠다 싶어요. 영화는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 기존의 성공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주류 교육과 주인공 “세 얼간이”의 차이를 무효로 만듭니다.
이렇게 적으니 도대체 왜 두 번이나 봤나는 말이 나오네요.. 으하하.
02
애미메이션 [별을 쫓는 아이]를 봤습니다.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이니까요.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별의 목소리]를 무척 좋아하고 장편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도 좋게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심지어 주간지에 실린 영화평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영화 평론을 믿지 않지만 극장을 찾아야겠다고 추동한 힘이긴 합니다.
그러나…  죽음도 삶의 일부라는 식의 뭔가 깊이 있는 얘기를 하려고 하는 건 알겠지만 너무 산만합니다. 내용이 자꾸 끊기는 인상입니다. 괜히 봤다 싶어요. 그냥 좋은 작품만 기억하면 좋았을 텐데…
못 만든 작품은 아닙니다. 제 기대가 너무 높아서 발생한 아쉬움일 수도 있습니다. 암튼… 뭐, 그렇습니다.

[영화] 브로큰 임브레이스: 기억을 구성하기

[브로큰 임브레이스] 2009.12.27.일. 14:40. 아트하우스 모모 B4층 1관 F-15.

확인하니 개봉한지 꽤나 된 영화네요. ;; 전 최근 개봉한 줄 알았습니다. 하하. 그래서 일요일에 무리해서 영화관에 두 번 갔습니다. 물론 덕분에 선착순으로 준다는 단행본도 한 권 얻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읽는 종류의 책은 아니라서 난감;;; 암튼 줄거리를 모르고, 정보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극장에 갔습니다. 최근 개봉작인데 단 한번 상영하는 줄 알았거든요. ㅡ_ㅡ;;

영화는 기억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감독이었던 주인공은 과거 다른 사람의 편집으로 자신의 영화가 엉망이 된 경험이 있습니다. 그 영화를 새롭게 편집하고자 하는데, 그 과정에서 당시 영화를 촬영하고 영화 편집이 망쳐지는 과정을 회고합니다. 이 과정은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과거의 사건, 다른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과거의 사건을 재구성하는 과정이기도 하죠. 그리하여 과거 영화를 다시 재편집하는 과정은 과거의 기억을 새롭게 편집해서 다른 이야기로 재구성하는 과정입니다. 그리하여 이 영화는, 영화에 대한 영화기도 하지만, 기억이 (재)구성되는 방식에 대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흥미로웠습니다.

이 영화엔 게이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영화에서 게이 캐릭터야 새로울 것 없죠. 솔직히 여타의 영화에서 모두가 이성애자 비트랜스젠더로만 나오는 게 더 이상하지만요. 아무려나 이 영화엔 게이 캐릭터가 여럿등장하는데요. 게이의 등장보다 게이 캐릭터의 등장에 대한 관객의 반응이 흥미로웠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관객의 두드러진 반응이 흥미로운 거죠. 아무리 퀴어영화 혹은 게이캐릭터가 유행이라고 해도, 극장에서 두드러진 반응은 야유와 거부였습니다. 제 옆자리에 앉은 이의 거부반응은 너무 노골적이라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기엔 화가 날 정도였습니다.

암튼 극장에서 나오니, 극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내리던 눈은 거리에 쌓여있고 더 많은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 거리를 캣 파워(Cat Power)의 “Maybe Not”을 들으며 걸었습니다. 마침 영화에도 캣 파워의 “Werewolf”가 나와 반가웠거든요. 그리고 “Maybe Not”은 눈 오는 날 듣기에 가장 좋은 음악 중 하나죠. 눈이 내리는 풍경과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로 꼽는 곡 중 하나니까요. 그러고 보면 최근 눈이 내리는 날엔 항상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즐거운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