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에서, 퍼블릭과 프라이빗 사이

어떤 의미에서, 어제 쓴 글(https://www.runtoruin.com/1711)의 마지막 부분에 이어..

구글의 여러 서비스를 애용하고 사용하기에 정말 편하지만, 구글을 신뢰하는 건 아니다. 처음에 잠깐, 구글의 내부 모토라는 “Don’t Be Evil”(사악해지지 말자)을 믿었지만 곧 철회했다. 기업을 어떻게 믿겠는가? 그래서 구글 관련 블로그 포스트와 기사는 가급적 챙겨 읽는다. 모든 자료를 구글서비스에 저장하다보니, 해당 서비스 업체 관련 여러 소식을 알 필요가 있달까.

믿지않기 때문일까? 구글이 CIA와 함께 정보를 분석해서 미래 상황을 예측하려한다는 기사 http://j.mp/8XpSGR 에 놀라지 않았다. 맥어드레스를 수집하겠다는 네이트/싸이와 방법상의 차이점은 있겠지만 결과적으론 다르지 않은 일이다. 이를테면 구글에 로그인을 한 상태로 검색을 하면, 구글은 내가 입력한 검색어를 기억했다가 나중에 관련 검색어를 입력할 때 예전에 입력한 검색어를 제시해준다. 이런 거, 확실히 편하다. 그리고 위험하다. 나의 행동패턴은 이미 구글이 기억하고 정리하고 보관하고 있달까. 물론 이런 일을 구글만 한다고 믿진 않는다. 다른 포털도 다 할 거다. 얼마나 노골적이냐가 관건일 뿐. (물론 누군가는, 다른 포털은 하고 싶어도 기술력이 딸려서 못 한다고 냉소하기도…;; 흐. 아울러 맥어드레스를 수집하는 것보다 행동패턴을 분석하는 게 더 위험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맞춤형 스팸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사용자의 행동패턴 분석 및 보관이 상당히 문제이긴 하지만, 웹/온라인에서 프라이버시를 주장하려는 건 아니다. 웹에서 프라이버시는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이메일? 혼자만 사용하는 비공개 카페? 이건 프라이빗한 공간이 아니다. 오프라인의 맥락에선 프라이빗한 공간이겠지만, 온라인과 서버관리자의 접근권을 감안한다면 결코 프라이빗하지 않다. 나의 비밀글은 반드시 서버관리자를 비롯한 누군가가 보고 있거나, 볼 수 있다. 프라이빗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 혼자만 접근할 수 있고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면 웹과 온라인에 이런 건 없다. 포털에서 서비스하는 블로그를 이용한 적 있다면, 포털 정책에 따라 자신이 쓴 글에 접근할 수 없는 경험이 있거나 관련 얘기를 들은 적이 있을 테다.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홈페이지나 블로그의 서버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해당 업체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과연 해당 사이트의 관리자를 이용자는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오프라인에서의 프라이버시란 개념도 성립하기 힘든, “상상”의 산물이거니와 온라인에서 프라이버시라는 거, 가능하지 않은 개념이다.

이런 불신이 개인정보 관리에 허술한 여러 사이트의 정책 및 태도를 두둔하려는 건 아니다. 이용자는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관리될 것이며 프라이버시가 지켜질 것이란 믿음에 바탕을 두고 서비스를 사용하며, 업체는 늘 개인정보보호에 최선을 다한다며 관련 정책을 공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위반행위다. 개인정보 노출이나 보호에 소홀한 태도가 위반이라고 해서, 프라이버시라는 게 존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웹서비스에서 개인정보 관련 소식이 늘어날 수록, 웹에서의 퍼블릭과 프라이빗의 개념을 다시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웹에서의 개인정보와 행동패턴을 오프라인에 바탕을 둔 프라이버시 개념으로 설명하는 건 불가능할 듯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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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 정리가 안 되어 글이 중구난방..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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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서비스를 사용하는 동안, 구글로 개인정보가 수집될 때마다 경고하는 부가기능이 나왔다고.. http://j.mp/b6rgiQ 왠지 설치하기 싫다.. 무섭달까.. 크크. 설치하면 확인하는 결과만 될 거 같기도 하고.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주: 10년 뒤 거리는…

거의 모든 오프라인이 인터넷으로 이주하고 있는 기분입니다. 홈페이지는 기본이고 검색은 필수란 느낌입니다. 물론 저란 인간은 검색을 제 몸의 일부로 여기고 있긴 하지만요. 하하. ;;; 아무려나 10년 정도 지나면 거리의 풍경은 지금과 매우 다를 듯합니다. 오프라인에서도 영업이 가능한 상점은 음식점(술, 커피 등을 포함) 정도려나요?

헌책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책방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면, 질문의 상당수가 도서문의입니다. 책이 한두 권 정도일 경우엔 책 제목을 확인하고, 문의에 응하긴 합니다. 그런데 이때 약간의 문제가 생깁니다. 제가 일하는 책방을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책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선 관련 분야의 책장에 가서 직접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전화를 거는 분들 모두가 오프라인의 형태를 아는 건 아니죠. 검색해서 전화번호만 보고 문의하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그런 분들께, 검색이 안 되어서 직접 찾아야 하니 5분이나 10분 뒤에 다시 전화달라는 말을 하면 당황합니다. 제가 일하는 헌책방은, 아날로그로 운영되는 몇 안 되는 공간이죠. 제가 아날로그로 움직이는 몇 안 되는 공간이고요.

헌책방의 재미는, 품절되어 더 이상 새책방에서 구할 수 없는 책을 찾는 것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책을 찾는 재미가 더 큽니다. 만약 제가 헌책방을 다니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 책들이 상당했을 테니까요. 1980년대 초반에 나와 조용히 사라졌지만 지금의 제게 너무 매력적인 책을 온라인으로 찾을 거란 기대 같은 건 없습니다. 온라인과 검색을 저팔 할로 여기지만, 온라인으론 결코 채울 수 없은 오프라인의 매력을 믿습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공간은 온라인으로 이주할 거 같습니다. 제가 일하는 책방이 문을 닫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아니, 이건 제가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전 그저 저녁에 잠깐 일하는 알바생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분위기는 심상찮아요. 예전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네요. 그래서 걱정입니다. 알바하는 곳이 없어지는 건 걱정이 아닙니다. 알바 자리야 또 어디서 구하면 되죠. 물론 이보다 좋은 곳은 없겠지만요. 하지만 헌책방이 없어진다면, 그것도 제가 좋아하는 책이 가득한 책방이 없어진다면, 이것 만큼 안타까운 일이 또 어딨겠어요. 그래서 걱정입니다. 10년 뒤, 거리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