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인간입니다’라는 말의 급진성을 고민한다. 일견 기존 인간 개념에 순응하는 듯, 동화주의적 발언인 듯한 이 말은 결코 그렇게만 사유할 수 없도록 한다. 우리도 인간이란 말은 인간이란 개념에 배제된 존재의 발화다. 이 발언은 인간으로 취급되지 않은 존재의 저항적 발화이자 삶의 경험을 응축한 발화다. 나도 인간이라는 발언, 그리하여 네가 나를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그 태도를 나의 인식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발언이다. 그래서 ‘우리도 인간입니다’라는 발언은 이 발언을 할 수밖에 없는 맥락을 되새기도록 한다. 지금 2014년에 ‘우리도 인간입니다’라는 발언을 한다는 건 이 사회의 분위기가 어떤지를 가늠할 수 있도록 한다. 물론 ‘우리도 인간입니다’는 인간 개념 자체를 재구성할 것을 요구한다. 나도 인간이라면 인간의 개념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가장 보수적이고 순응주의적, 동화주의적 발언이 사실은 기존 인간 개념을 뒤흔드는 발언이기도 하다. ‘그럼 도대체 인간이란 어떤 범주의 존재인가?’그래서 ‘우리도 인간입니다’란 발언은 좀 무서운 발언이자 근본적으로 사유할 것을 요구한다. … 당신은 지금까지 ‘인간’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누구를 떠올렸나요? 당신이 떠올리는 사람은 장애인인가요 비장애인인가요? 트랜스젠더인가요 비트랜스젠더인가요? 비이성애자인가요 이성애자인가요? 비이성애자라면 동성애자인가요 다른 성적지향의 사람인가요? 그리고 인터섹스인가요 비인터섹스인가요? 당신이 떠올리는 인간의 모습에 누가 자리하고 있나요? … 뭐, 이런 질문을 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