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과 군수] 2007.04.05. 16:40, 아트레온 8관 11층 E-12
[국경을 넘어/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읽고 나서, 곧장 이 영화를 예매했어요. 우피스 영화가 복잡해서 몸을 식히려는 의도는 아니고, 처음부터 그럴 예정이었으니까요. 서울여성영화제 기간 동안, [우아한 세계], [300], [뷰티풀 선데이]도 읽을 예정. 어쩌면 불쾌한 기분과 유쾌한 기분을 동시에 느끼는 날들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아, 유쾌함을 기대하는 [플루토에서 아침을]도 읽어야 하는데… 다행인지 불법은 구했다는 ;;;)
예전에 적었던가요? 루인이 관심을 가지는 몇 안 되는 배우 중 한 명이 차승원이라는 걸? 그 이유도 적었던가요? 별자리가 같아서는 걸? 크크크. 정말이에요. (정확한 이유는 여기에)
아무튼 이런 연유로 이 영화를 읽었지요. 읽고 난 느낌은 이래저래 어정쩡한 느낌이 많이 들더군요. 아무런 기대도 안 했기에 실망할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스토리가 미적지근한 건 좀…
※굳이 “스포일러 주의!”라고 안 적어도 스포일러가 넘칠 거란 거 아시죠? 🙂
이 영화는 의외로 재밌게 읽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은 있어요. 왜냐면 이 영화를 읽다보면 부안 핵폐기장을 둘러싼 소식들이 떠오르 거든요. 그런데 처음엔 영화에서의 재현이 별로 유쾌하지가 않았죠. 군수를 긍정적으로, 방폐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그리는 경향이 때문에요. 하지만 이 불편함은, 그렇다면 군수를 반드시 부정적으로 시위대를 반드시 긍정적으로 그려야 할 이유는 뭐람? 이라는 질문과 함께, 변했죠. 이 영화의 재미는 누구를 긍정적으로, 누구를 부정적으로 그리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위라는 것이, 소위 말하는 정치적인 투쟁이라는 것이 때론 개인적인 질투와 시기심 때문일 수도 있다는 걸 드러내기 때문이죠. “남성성의 경쟁”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죠.
군수도 이장도 사실상, 자존심 하나로 버티려고 해요. 막무가내로 이기겠다는 욕망을 유지하는 이 영화는, 하지만 그 우정이라는 것을 통해 진부하게 흘러가요. 그리고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동성욕망을 어김없이 드러내죠. 군수가 방폐장 사업을 주민투표로 부친다고 발표하고 투표 결과가 나온 후, 이장과 연애라도 할 것 같은 남옥(최정원 분)은 더이상 등장하지 않아요. 대신 전 군수와 현 이장 사이의 “애정행각”(ㅋㅋㅋ)이 등장하죠. 그러며 한국 영화에서 흔하게 읽을 수 있는 연애구도를 형성해요. “이성애 연애” 경쟁관계인 척 하지만 알고 보면 “게이”관계인 영화. 그래서 “여성”을 매개하여 “동성애” 관계가 줄 수 있는 “긴장”을 “해소”하는 방식. (이런 연애구도는 [뷰티풀 선데이]의 포스터에서 너무도 분명해요. 포스터에 나타나는 두 사람을 “남성”으로 가정한다면, 솔직히 처음엔 [뷰티풀 선데이]가 게이영화인 줄 알았음. 결국 그렇겠지만.)
영화를 읽고 나면, 그냥, 그래요. 그냥,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