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ette Wnterson, [Written on the Body]
거의 2년 만에 다시 읽은 이 소설은, 종시를 위한 텍스트임에도, 읽고 있는 순간만큼은 깔깔 웃으면서 그 어떤 부담감을 잊을 수 있었다. 이 소설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연애소설이다. 예전에 사귀었던 여자친구와 남자친구들과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현재의 애인과 관계를 맺는 과정과 엮어가며 전개하는, 무척 흥미로운 연애소설.
책을 홍보하는 리본엔 “보수적인 영국문단을 뒤흔든 레즈비언 작가!”라고 적혀 있는데, 이 소설에선 화자의 섹슈얼리티를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런 분명하지 않은 부분들이 이 소설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게 하는 힘이지만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읽어보면 안다. “읽어보면 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이 소설이 재밌고 흥미롭다고 말할 자신이 있다는 의미기도 하고, 영문으로 찬찬히 읽어볼까 고민을 할 정도로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고. 흐흐. 물론 *사소한*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물론이지.” 내가 말했다. “그 사람은 정말 그랬으니까. 그 사람이 죽었을 때, 양쪽 고환 사이에서 낡은 붓자루가 하나 나왔다니까.”
“네가 지어 낸 얘기겠지.” (24)
최근 들어 나는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 두 눈을 가린 채 널빤지 위를 걸어가다가 ‘바다에 빠져 죽는 일’이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30)
사람은 결코 남에게 마음을 내주는 법이 없다 – 그저 가끔씩 빌려 줄 뿐이다. (47)
나는 곧장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집 안이 잘 들여다보이는 곳에 숨어 옷깃을 세운 채 망을 보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만일 그녀가 경찰을 부른다면, 그래, 나는 그런 꼴을 당해도 싸지. 하지만 그녀는 경찰을 부르는 대신 손잡이에 진주알이 박힌 권총을 한 자루 꺼내어 내 심장을 겨눌 것이다. 검시를 하는 사람들은 잔뜩 부풀어 오른 심장과 더불어 내겐 밸도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리라. (61)
주인이 없는 방에 우두커니 서 있으면 정말 묘한 기분이 든다. 특히나 당신이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경우라면, 모든 물건들이 저마다의 의미를 지닌 채 다가온다. (62)
“헨리 밀러가 ‘나는 페니스로 글을 쓴다’고 했다는데 왜 그랬는지 그 이유를 알아?”
“자기가 그랬으니까 그랬겠지. 그 남자가 죽었을 때, 사람들이 가랑이를 벌려 보니까 볼펜이 한 자루 나왔다는군.”
“네가 지어 낸 얘기겠지.” 그녀가 말했다. (77)
그러나 분자들이나 우리 인간들은 결국에는 확률의 지배를 받는 우주의 일부분으로서 존재한다. 우리는 불가해한 자장 속에서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결합하고, 헤어지고, 표류한다. 내가 지금 이곳에서 루이즈를 만났다는 것은 상처 입은 가슴의 치료를 의미할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파멸을 의미할 수도 있다. (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