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추워서 잠에서 깼습니다. 많이 쌀쌀하더라고요. 지금까지 한여름 이불을 덮고 잤다는 게 함정이라면 함정. 가을 이불은 없고 비몽사몽 상태로 겨울 이불을 꺼냈습니다. 잠이 덜 깬 상태로 겨울 이불을 꺼내는데, 리카가 떠올랐습니다. 그 이불을 처음 사서 펼쳤을 때 리카는 이불이 맘에 들었는지 한참 꾹꾹이를 했거든요. 이불을 꺼내는 순간 리카가 떠오를 줄 몰랐기에 당황했습니다. 그리움도 함께 왔고요. 하지만 이불을 덮는 순간, 그대로 다시 잠들었습니다. 졸렸거든요.
바람은 가끔 매트리스 커버 아래에 들어가 잠들곤 합니다. 그 모습이 귀엽지만, 가끔은 덜컥 겁이 나서 일부러 바람을 깨웁니다. 커버 아래 손을 넣고 깨우는 것이 아니라 커버에 나타난 바람의 형상을 쓰다듬으며 깨우는 거죠. 대개 처음엔 반응이 없습니다. 저는 다시 열심히 쓰다듬고 “야옹” 소리가 들리면 그제야 멈춥니다.
오래, 오래 함께 하자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행복하냐고 묻지도 않습니다. 그냥 함께 있을 때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할 뿐입니다. 그럼에도 무서운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무서워서, 미래를 기약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