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가분의 <일베의 사상>(일간베스트의 사상)을 읽었다. 책을 읽으며 일베를 연구하고 싶다는 바람을 품었다. 특히 혐오할 권리와 개인의 취향이란 측면에서 일베는 할 이야기가 참 많은 곳이다. 다른 유명 커뮤니티와 일베의 차이는 몇 개 없다. 다른 유명 커뮤니티는 사회적 자아를 중시하고 일베는 사회적 가면의 이면에 있는 욕망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다른 커뮤니티에선 직접 언급하지 않을 뿐 사실상 다 하는 얘기를 일베에선 그냥 터놓고 한다. 딱 이 차이가 어떤 사람에겐 상당한 차이일 수 있지만 내겐 큰 차이로 인식되지 않는다. 그래서 일베를 통해 남성중심적 커뮤니티의 성격 혹은 ‘일베를 통한 한국 남성성의 의미 구성’을 연구할 수 있을 듯하다.
일베에 흥미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좋은 책이지만, 분석이란 측면에서 이 책은 별로다. 저자는 일베가 혐오를 표출하는 다양한 범주를 이야기하지만 이를 통합하지 않는다. 전라도를 향한 지역혐오와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를 그냥 같은 층위에 둔다. 책을 읽던 초기엔 박가분에게 젠더 감수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후반 즈음, 나는 박가분이 권력 개념이 없다고 확신했다. 박가분은 모든 범주를 등가로 인식한다. 이를 테면 일베에서의 전라도 지역 혐오와 한국 사회에서 전라도 지역 혐오, 정치권에서의 전라도 지역 혐오 등은 전혀 다른 층위를 구성한다. 이런 각각의 의미는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다른 층위에서 논의해야 할 때가 많다. 그러나 이런 차이를 사유하지 않는다. 그러니 글은 밋밋하고 재미가 없다. 아마도 나는 박가분의 글을 다시 읽을 것 같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