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나 바이나 동성애자나 장애인 등 소위 사회적 타자, 비규범적 존재로 불리는 이들이 강의를 하고 난 뒤 질의응답시간이 생기면 나오는 질문이 있다.
“행복하세요?”
이 질문에 “네, 행복해요.”라고 답할 수도 있고, 좀 노련하다면 “질문하신 선생님은 행복하신가요?”라고 되물을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이 질문은 ‘그런 범주(몸)인데도 행복하냐?’란 의미를 내재한다. 다른 말로 “그런 범주”는 행복할 수 없다는 뜻이다. “행복하세요?”란 질문은 행복의 자격요건을 확인하는 언설이다. 이것은 질문의 형식을 갖추긴 했지만 질문이 아니라 이 사회의 규범적 질서를 환기시키는 명령에 더 가깝다. 그러니 “질문하신 선생님은 행복하신가요?”란 되묻기가 매우 중요한 되묻기임에도 조금 다른 반응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잠시 했다.
그리고 이런 고민과 별도로.. 누군가가 내게 “행복하세요?”라고 묻는다면, 난 “대체로 언제나 행복해요”라고 답할 수 있다. 이 블로그에 종종 분노에 찬 글, 짜증이 가득한 글을 올리기도 하지만, 분노와 짜증으로 가득한 글을 쓴다고 해서 대체로 행복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난 대체로 행복하고 대체로 잘 지낸다. 어떤 분노와 짜증으로 인해 내 삶을 뒤흔들어버리거나 내 삶을 부정적으로 바꾸지는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게 분노와 짜증을 야기하는 사람들로 인해 내 삶을 흔들리긴 싫다. 이런 감정을 야기하는 사람에게 내 삶이 흔들릴 정도의 감정과 에너지를 내어주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기에도 부족한데…
그러니 행복하냐고요? 네, 그럼요. 이런 질문을 하는 분은 행복하지 않아서 질투나고 분하겠지만, 저는 행복하답니다. 그러니 걱정마셔요. 다만… 행복의 자격요건을 규정하려는 이상, 영원히 행복하긴 힘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