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글쓰기 관련 책을 읽고 그 저자의 블로그에 들락거리곤 했다. 블로그에도 글쓰기 관련 내용을 주로 올렸기에 꽤나 도움을 받았는데… 그 와중에 글쓰기와 문법 관련 글을 쓰지만 정작 자신의 글에 있는 문제는 놓칠 때가 많다는 포스팅을 읽었다. 초벌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며 그대로 출판되리라 예상했지만 교정쇄엔 상당한 비문과 오탈자 등을 지적한 빨간펜 흔적이 상당하더라고 했다. 문법을 잘 알고, 문법을 가르치는 글을 쓰지만 그 글에서 문법을 틀릴 수 있다는 뜻이다. 글쓰기 관련 글을 쓴다고 해서 반드시 글을 잘 쓰는 건 아니란 뜻이다.
어제 도서관에서 글쓰기 관련 책을 몇 권 빌렸다. 그 중엔 기본 맞춤법, 퇴고 요령 등을 기술한 글도 있다. 제목과 목차만 훑고 빌리려다가, 각 저자의 문장은 어떤가 궁금해서 서문을 조금 읽었다. 당황했다. 글을 고치는 요령을 다룬 책에선 “심지어 대학 교수님들”이란 표현이 나왔다. 교수와 같은 직업엔 님을 붙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청소부님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경비원님이라고 하지 않는다. 특정 직업에만 님을 남발할 뿐이다. 아울러 문맥을 통해 충분히 복수의 교수란 점을 알 수 있음에도 불필요한 ‘들’을 붙였다. 책 서론에 나온 구절이라 당황했다. 또 다른 책에선 첫 문장이 피동형이다. 능동형으로 써도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능동형이 맞는 듯한데 피동형으로 썼다. 끄응…
이런 당혹스러움에도 각 책의 내용을 불신하지 않는다. 내용은 충분히 염두에 두어야 할 내용일 테니까. 그럼에도 뭔가 묘한 기분이다. 글쓰기 관련 책에서 교정해야 할 것만 같은 문장이 나오다니… 물론 이렇게 궁시렁거려도 각각의 저자는 나보다 100배는 더 잘 쓰는 사람이다. 그러니 글쓰기 관련 단행본을 쓸 뿐만 아니라 관련 주제로 여러 권의 책을 내지. 암튼 글쓰기 공부를 해야 하는데 게으르니 어떡한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