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상태 메모

묘한 말이지만 몸이 안 좋을 때 그걸 블로깅하면 차도가 있더라고요. 징크스라면 징크스라 기록합니다.
요즘 잠을 잘 못 자고 있다. 원래 자려고 누우면 그것이 몇 시건 상관없이 밤이기만 하면 금방 잠드는 편이다. 하지만 일 년에 몇 번 정도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설치는 때가 있다. 너무 피곤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대개 심란한 것도 아닌데 그냥 잠이 안 온달까. 하지만 이 경우 하루나 이틀이면 그만인데 최근에 그것이 며칠 이어지고 있다. 잠을 들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어렵게 잠들었지만 중간에 깨면 한 시간 이상 다시 못 자거나… 드문 경험이라 당혹스럽기도 하거니와 이것이 피로로 이어지고 다음날 다시 제대로 못 자는 상태로 연결된다. 끄응… 그래서 좀 많이 피곤하고 목이 결리는 상태다. 흠…
버스나 자가용을 타면 멀미 기운을 느끼는 건 기본이지만 그래도 멀미 기운은 장거리일 때 얘기였다. 버스는 그나마 좀 덜 하고 자가용을 한 시간 정도 타면 거의 100% 멀미 기운을 느끼고 메스꺼움에 어질어질.. 하지만 집에서 학교까지, 집에서 알바하는 곳까지, 그리고 그 반대 방향으로 버스를 탈 때면 멀미를 거의 안 했다. 멀미 기운을 느낄 정도의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버스를 타고 귀가할 때 종종 멀미 기운이 돌고 메스꺼움을 느끼곤 한다. 심하면 정말 곧 토할 것 같은 상태기도 한데, 다행이라면 그렇게 오랜 시간 버스를 타는 것은 아니라 지금까진 큰 문제가 없었다. 보통 버스 멀미, 차멀미는 버스나 차를 여러 번 타다보면 조금은 적응할 수도 있으련만, 버스를 탈 수록 멀미 혹은 메스꺼움과 어지러움이 더 심해진달까.. 끄응.. 잘 먹고 건강하게 잘 지내는데 어째서인지.. 끄응..

추석 후유증은 아닙니다.

ㄱ.
시간이 나면 잠만 잤다. 일이 끝나고 다른 사람이 쉬고 있을 때면 잤다. 하필 비염도 터졌다. 그동안 미뤄뒀던 잠을 몰아서 잤다. 자고 또 잤다. 그랬더니 조금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다. 깨어 있을 땐 늘 하던 그런 일을 했고 책을 잠깐 읽었다. 책을 많이 읽을 계획이었지만 주로 잤다.
ㄴ.
어느날 내가 갑자기 죽는다면, 그때 ‘혈연’가족에게 나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죽은 직후엔 그냥 그저그런 젠더로 파악되겠지. 하지만 내 짐을 정리하기 시작한다면? 옷장에 있는 여러 벌의 치마를 비롯한 ‘여성용’ 옷가지는 누구의 것으로 해석할까? 트랜스젠더 이슈와 관련한 많은 자료와 책은 또 어떤 의미를 지닐까? 영어 자료야 그냥 전공서적으로 넘어간다고 해도, 한국어로 트랜스젠더 혹은 성전환, 레즈비언, 동성애와 같은 글귀가 적힌 자료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의미를 지니긴 할까?
난 만약을 대비해 내가 지닌 문서류의 사후관리자를 지정하고 싶어한다. 그에게 부탁하고 싶은 유일한 일은, 내가 가진 기록물을 헌책방이나 고물상에 넘어가지 않도록 할 뿐만 아니라 퀴어락을 비롯한 몇 곳에 넘기는 것이다. 하지만 사후관리자는 그 일을 무사히 치를 수 있을까? ‘혈연’가족에게 그 말을 꺼내는 순간, 나의 젠더는 ‘혈연’가족이 상상했던 것이 아닌 방식으로 확증될 수밖에 없으니까. ‘혈연’가족은 집요하게 부정하며 사후관리자를 내쫓지 않을까? 돌연사로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질 때 나는 어떤 젠더로 남을까?
결국 내 삶에서 ‘혈연’가족은 족쇄처럼 얽혀 있지만, 때때로 웃는 낯으로 서로를 대하고 있지만 서로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아니, 어쩌면 ‘혈연’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여 있는 어떤 집단은 죽을 때까지 서로를 모르는 상태로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ㄷ.
그런데 고인의 젠더를 해석하는 것과 관련한 논쟁이 한국에서도 가능하다면, 나의 죽음이 그 논쟁의 시발점으로 쓰였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살아서 한 일이 별로 없으니 죽어서라도 어떤 이슈로 쓰이면 좋겠다는 바람이랄까. 살아선 운동을 거의 못 했으니 죽어서 하겠다는 묘한 심보기도 하다. 흐. 🙂
하지만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르고, 내가 살아 있는 동안 관련 논쟁이 일지 않는다면 그건 더 우울한 일일 듯하다.

사흘 연휴 잡담

01

지난 금요일 저녁 집에 들어와 오늘까지 밖에 한 발짝도 안 나가고 있습니다. 아, 약간 거짓말;; 택배 받으러 몇 발 나갔고, 오후 햇살 좋은 날 현관문 앞에 앉아 있기도 했으니 몇 발짝은 나갔네요. ;;;
02
자고 자고 또 잤습니다. 토요일엔 피곤해서 잤고 일요일엔 비염이 터져 잤습니다. 매일 아침 비염약을 먹으니 면역력이 떨어질 듯해서 호기롭게 일요일 아침엔 비염약을 걸렀습니다. 어김없이 터지네요. 오전에 두 시간, 오후에 두 시간, 밤 9시부터 월요일 아침 5시까지 정말 잠만 잤습니다. 비염 후유증으로 지금 온 몸이 쑤셔요. 마치 몸살감기에 걸린 것처럼요. 털갈이 시기의 비염 말고, 일상적 비염이 터지면 다음날 온 몸이 쑤시긴 해요. 정말 뼈마디 하나하나가 다 아파요. 이렇게 잤지만 오늘 오전에도 또 잤습니다. 푹 자고 싶었으니 성공한 것인가요?
03
바람은 좀 안정을 찾았습니다. 계속 숨어지내다 슬슬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안타까운 건 내일부터 저는 알바하러 만날 외출해야 한다는 것. 그래도 이번주엔 가급적 사람을 만나지 않고 지낼 예정입니다. 주말에 회의가 두 개 있으니 그 전엔 가급적 일찍 다니려고요. (과연?)
04
햇살 좋은 오후엔 현관문을 열어놓고 문밖을 멍하니 바라보곤 했습니다. 리카가 떠나던 날 아침 꾼 꿈보다는 햇살이 약했지만, 묘한 기대를 품었습니다. 난데 없이 고양이가 문 안으로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조금 편했습니다.
05
삭신은 쑤신데 러빙헛 신촌점에 파는 냉면이 먹고 싶어요. 특별히 맛있는 건 아니지만 왠지 시원하거나 차가운 음식이 먹고 싶어서요. 아니면 어디 맛있는 콩국수 없을까요? 뭔가 먹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은 살아 나고 있다는 뜻이니 다행입니다. 바람도 와구와구 잘 먹고 있고요. 잘 먹고 화장실도 잘 가고. 네.. 물론 리카도 악화되기 직전까진 잘 먹고 화장실도 잘 갔지요. 바람의 혈액검사를 해야 하는데 통장잔고가 ㅠㅠㅠ 알바비 들어오면 그때 가려고요.
06
사흘 동안 얇은 소설 한 권과 700쪽이 넘는 소설 [렛미인](총 2권)을 읽었습니다. 영화 [렛미인](감독: 토마스 알프레스슨 / 헐리우드 리메이크작 아님)을 무척 좋아하기에 소설도 읽었습니다. 영화가 괜찮으면 원작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있는데 소설이 더 재밌어요. 소설을 다 읽고 영화를 다시 접하니,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렇다고 영화가 별로라는 건 아니고요. 영화는 영화만의 특색을 잘 살렸습니다. (잠깐 검색했는데 영화가 더 좋다는 평도 있습니다. 흐흐. 전 영화에 빠진 내용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둘 다 접하는 것이 가장 좋을 듯해요.)
작가가 의도한 티가 역력한데요. 퀴어 소설, 퀴어 영화로도 좋아요. 소설이 특히 만족스럽기에 작가의 다음 작품을 읽기가 두렵기도 합니다. 종종 첫 번째 작품이 최고의 작품인 경우가 있으니까요.
07
아.. 정신이 헤롱헤롱. 내일 밖에 나갈 일이 걱정이네요. 세상이 매우 낯설겠죠.
08
아무려나 리카가 염려하지 않을 만큼, 질투하지도 않을 만큼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