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을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었다. 시위대라고 해봐야 열댓 명 정도였다. 다들 60대 이상으로 보였다. 나이든 이들이 영상물을 틀어 놓고 촛불을 들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풍경.
내가 사는 곳은 재개발을 해야 할 법한 분위기지만 재개발을 하기엔 참 난감한 곳이다. 도로정비가 제대로 안 된 상태라 좁은 골목이 많다. 동네에 있는 차도엔 자동차 두 대가 함께 지나갈 수도 없다. 이 동네에 처음 온 택배기사는 길을 잃기 쉽고 집을 못 찾아 엉뚱한 곳으로 갈 때도 많다. 건물도 참 오래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지난 장마 때 현관문 바깥의 천장이 일부 무너지기도 했다. 그런데 재개발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이 동네에 사는 사람이 부자는 아니다. 뭐, 일부는 부자일 거다. 하지만 쪽방처럼 작은 집에 사는 사람들의 상황은 다르리라. 보상금을 받고 다른 곳으로 이주하기도 어렵고 여러 고민이 많으리라. 그냥 이대로 두는 것이 더 좋으리라. 재개발한다고 해서 일시 이주했다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난… 한 2~3년 정도는 더 버텨주길 바라고 있다. 난 재개발을 찬성하는 사람과도, 재개발을 반대하는 사람과도 다른 입장이다. 어쨌거나 집이 있는 사람의 입장과 집이 없는 사람의 입장 차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재개발 때문에 전세값이 매우 싸게 나왔다. 얼추 일 년 정도 집을 비워뒀다가 집을 비우느니 사람 들이자는 기분으로 전세를 냈다고 했다. 그래서 전세가 싸게 나왔다. 재개발이 유보되면 전세값이 어떻게 될까?
물론 서로의 이해가 상충하는 것은 아니다. 집값 자체가 너무 비싼 것이 문제고 재화가 특정 계층에 몰리는 것이 문제고… 많은 문제가 얽혀 있다.
그런데 재개발을 얼마나 남겨 뒀을 때 반대 시위가 등장할까? 난 이런 게 더 궁금하다. 새로운 집을 구해야 하는지, 앞으로 1~2년은 더 여기서 버틸 수 있는지 가늠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러 문화가 얽혀 있는 이 동네가 이제는 사라질 거란 사실이 아쉽다. 안타깝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매력적인 동네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