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찬(賞讚)이 넘쳐, 말을 덧붙이는 게 부질없다 싶다. 하지만 넘치는 상찬이 주례사 비평은 아니다. 얼추 열흘 동안 조용필의 40주년 기념 라이브 콘서트 실황 앨범 『The History』만 듣고 있다. 아무리 좋아해도 하루에 한 번 이상 듣는 경우가 드문데, 하루에 서너 번 듣는 날도 있다. 그냥 이 앨범만 반복해서 듣고, 또 듣는다. 공연 중간에 “꿈의 노래”라고 말하는데, 맞다. 그의 노래는 삶의 위로고, 꿈의 노래다.
얼추 10년 전 즈음, 조용필의 인터뷰를 TV에서 봤다. 기억나는 부분은 하나. 연말 콘서트 공연을 앞두고 그는 감기몸살에 걸렸다. 공연을 몇 시간 앞두고 리허설을 하다가, 기존의 공연목록으론 무리라고 판단한 그는 감기 걸린 목소리로도 소화할 수 있는 곡으로 공연목록을 바꿨다. 그리고 공연은 무사히 끝났다. 공연이 무사히 끝난 건 나의 관심이 아니었다. 공연을 몇 시간 앞두고 공연목록을 바꿨는데도 리허설 한 번으로 공연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놀랐다.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이란 밴드는 연습을 얼마나 한 걸까? 조용필이 정규앨범을 통해 지금까지 발표한 곡이 대충 200여 곡이라고 치고, 그 중 공연에서 부르는 곡이 100여 곡이라고 치자. 그럼 그 곡들을 얼마나 연습한 걸까? 한 곡을 연주하고 쉬었다가 다음 곡을 연주하기도 하지만, 몇 곡을 이어서 연주하기도 한다. 몇 곡을 이어서 연주할 때면 각 곡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게 관건이고 그래서 상당한 연습을 하기 마련이다. 그럼 그들은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곡들을, 공연을 대비해 충분히 연습했을 테다.
(조용필은 공연 중에 멘트를 하지 않기로 유명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만 부르는 공연도 상당하다고 한다.)
10여 년 전 그의 인터뷰를 보며, 이런 상상을 했다. 몇 해 전 인터뷰에선, 하루도 빠짐없이 노래 연습을 한다고 했으니, 놀랄 일은 아니겠지만. 아무려나 이번 실황 앨범엔 “한 번 더!”를 외친 후 후렴구를 한 번 더 부르는 곡이 있다. 그때마다 궁금하다. “한 번 더!”는 흥에 겨운 말일까, 미리 준비한 멘트일까? 그는 공연준비를 세세한 부분까지 다 챙긴다고 했다. 그러니 “한 번 더!”는 미리 준비한 멘트일 수도 있다. 매년 공연을 50~60회 정도는 한다고 하니, “한 번 더!”를 외칠 타이밍을 예측하는 건 어렵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노래를 부르다 어느 순간 너무 기분이 좋아, 한 번 더 부르고 싶을 때도 있다. 호흡이 척척 맞는 밴드이니, “한 번 더!”란 말에도 당황하지 않고 연주하는 건 문제가 아닐 듯. 공연 실황 앨범을 듣고 있노라면 “한 번 더!”가 미리 준비한 멘트 같다고, 미리 준비한 공연 같다고 느낄 정도로 유기적이다. 그 만큼 호흡이 완벽하다.
음악의 유기적인 흐름부터 연주, 노래까지 어느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딱 한 군데가 있긴 하다. 노래 중간에 위대한 탄생 멤버를 소개하고 각 멤버들은 짧은 솔로 연주를 한다. 드러머 역시 솔로 연주를 하는데, 그 연주가 노래의 흐름과 어울리지 않는다. 다른 멤버들은 곡의 흐름 속에서 솔로를 한다면 드러머만 다른 리듬을 연주해서 조금 거슬린다. 이 앨범의 유일한 흠이다.) 즐거운 일이 별로 없는 일상에서 음악이 있어서, 이렇게 즐거운 앨범이 나와서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