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게임을 알콜, 마약, 도박과 함께 4대 중독으로 규정하면서 게임 및 IT 관계자가 분노하는 와중에, 게임을 중독으로 분류하는 법을 그 전에 발의했단다. 그리고 그 법이 소위 “신의진법”으로 불린다고 한다. 신의진 씨는 라디오에 출연해 “게임은 행위 중독을 일으키게 되어 있다”, “게임을 많이 하는 일부가 중독에 빠진다는 부분인데 게임 업계가 이것을 마약 취급한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피해의식”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발언으로 IT 관계자는 더 분노했는데…
신의진? 어쩐지 낯설지 않은데, 누구지? 뭔가 머리를 간질간질, 몸을 간질간질.. 그래서 더듬다가 아하! 그 사람!
“네 번째는 피해자의 저항까지 극복해야지 성폭력이 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교육을 잘 시킨다든지 또 교육을 많이 시킨다, 이런 것들이 중요한데, 문제는 가해자들도 왜 어린 애들을 많이 건드리느냐, 이 네 번째를 알기 때문입니다. … 화학요법과 … 다른 심리치료요법이 병용이 되면 분명히 도움이 된다는 연구는 많이 있습니다. … 이것은 그러면 누가 할 거냐, 처방과 이런 것들을 할 때 반드시 정신과 의사 선생님들이 하셔야 됩니다. 이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신의진. 2009.11.19.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에서)
그래, 이 사람이다. 2009년 소위 ‘화학적 거세법’으로 불리는 법을 제정하기 위해 공청회가 열렸을 때, 성폭력은 피해자의 저항을 극복해야만 발생한다고 발언한 이 사람. 그리고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2000년대 초반, 세브란스 병원을 중심으로 한 일군의 의사가 성폭력을 의료진단과 치료의 범주로 만들려고 했고 그 과정의 일환으로 ㅎㅂㄹㄱㅇㄷ센터가 설립되었다고 알고있다(이 부분은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해서 나름 익명처리..). 신의진은 바로 이 과정에 함께했거나 주도한 사람으로 알고 있다. 실제 ㅎㅂㄹㄱㅇㄷ센터에 관여했고. 이 사람이 주장한 논의의 가장 큰 문제는 성폭력피해경험을 진단과 치료 개념, 즉 의학에서 담당해야 하는 이슈로 바꾼데 있다. 권력과 정치, 개인의 복잡한 감정이 삭제되는 전형적 의료병리화를 주도한 인물.
이런 사람이 게임을 중독, 즉 정신의학의 진단범주로 포섭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한 사람의 행동으로, 게임과 성폭력이 어떤 연결고리를 형성하는 찰나다. 이럴 때 신의진의 의도는 여러 가지로 추정할 수 있다. 질병이나 의학의 진단 범주가 아니었던 일이나 행동을 의학에서 개입하기 시작할 땐 분명한 의도, 명백한 의도가 있다. 이번 일 역시 그렇게 추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게임과 성폭력의 연결고리라니. 어쩌면 게임에 심각하게 중독되면 성폭력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거나 성폭력 가해자 중 게임에 중독된 경우가 많다는 식의 기사가, 의원실 보도자료를 통해 등장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하지만 이런 건 어디까지나 추정이고 소설이니 함부로 예단할 부분은 아니고…
그럼에도 뭔가 묘하다. 게임과 성폭력이 어떤 연결고리를 갖는다니, 왜 자꾸만 묘할까? 여기엔 분명 뭔가 있다. 그게 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