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5: 부산, 길치, 진로, 컴퓨터

01
명절이고 해서 부산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을 하고 있습니다?

02
부산 오는데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玄牝에서 버스터미널까지 대략 10~15분 정도의 시간 여유를 두고 출발했습니다. 그래도 불안해서 총총 걸음으로 지하철 역으로 향했고, 다행스럽게도 지하철은 빨리 왔습니다. 갈아탈 때도 지하철이 빨리만 오면, 최대 20분의 시간이 남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느긋하게 책을 읽는데… 두둥. 정신을 차리고 하차역을 확인하니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쳤… 으악. 크크크. ㅠ_ㅠ

뭐, 평소에도 반대 편으로 가는 지하철을 가는 경우가 빈번하니 새롭지는 않지만, 명절에 차를 놓치면 난리라는… 쿨럭. 그 상황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대책은 택시를 타는 것. 서둘러 달렸고, 택시를 탔습니다. 택시 기사가 말하길, 택시로는 절대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없으니 **역까지 갈 테니, 그곳에서 지하철을 타라고… 기사의 친절함에 고마움을 표하며 밀리는 도로에서 시간을 지연했습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지하철을 이용하는 편이 좋았을 지도 모르고요.

아무려나 시간은 촉박한데 지하철 입구에서 지하철 타는 곳까지는 무척 멀고, 지하철은 안 오고. 발 동동. 드디어 지하철이 왔을 때 시간을 대충 계산하니, 버스 출발 시간 직전이 아니라 버스 출발 시간까지 지하철이 도착할 가능성은 1%. 그리고 실제 도착한 시간은 버스 출발 시간을 1분 정도 넘겼던가. 아하하.

어쨌거나 저는 달렸습니다. 어지간하면 달리지 않지만 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포기하진 않았습니다. 다른 날도 아니고 명절일 때면 종종 몇 분 정도 더 기다렸다가 출발하기도 하니까요. 정시에 출발할 수도 있지만요. 일종의 도박이었고, 늦게 출발한다에 걸었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저는 엉뚱한 곳에서 또 한 번 헤맸습니다. 아, 아름다운 세상! 길찾기와 대중교통 이용에선 이보다 더 루인다울 수가 없습니다. 크크크, 그리고 나름 미칠 듯이 달려서(다른 사람이 보기엔 아마 그저 쫌 빨리 걷는 폼;; ) 출발역으로 갔습니다.

아아… 이럴 수가!

빈자리가 있다며 미리 출발할 사람이 있는지 묻고 있는 버스 직원. 버스는 아직 출발하지 않았습니다. 크크크.

03
이렇게까지 꼭 부산에 와야 했느냐고요? 글쎄요. 부산에 못 왔을 때 들을 말들이 피곤해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버스 놓치면 그냥 안 가고 말지라는 고민을 안 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간다고 하고서 안 갔을 때 들을 말과 나의 전후사정을 설명할 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너무 피곤하더군요.

04
이렇게까지 해서 부산에 왔는데… 성과가 있네요. 부모님은 제가 취직이든 대학원박사과정이든 뭐든 얼른 하길 바랐고, 저는 천천히 하길 바랐는데요. 천천히 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걸, 이제는 납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반드시 좋은 건 아닙니다. 이 과정은 썩 유쾌하지 않으니까요. 몇 년 동안 논쟁(?)했고, 그런 과정에서 묵은 기억을 마치 새것처럼 생생하게 경험하기도 했으니까요.

결국, 결과론으로만 좋은 일이긴 합니다. 올해 가을에 박사과정에 갈까 고민했는데, 좀 더 시간 여유를 두고 천천히 결정할까 봅니다. 안 갈 수도 있고요. 🙂

05
이런저런 연유로 부산집에도 데스크탑이 생겼고, 인터넷도 개통했습니다. 데스크탑을 켜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인터넷익스플로러6(ie6)를 연다 -> 오페라 브라우저를 설치한다 -> 오페라 브라우저를 열어선, 우분투/리눅스 파일을 다운로드한다 -> 우비(wubi)를 설치한다 -> 우분투 업데이트를 한다 -> 우분투에서 웹브라우저를 열고 이메일 등, 로그인이 필요한 일을 한다”였습니다. ;;; 제가 편집증 혹은 강박증이라고 해도 할 말 없습니다. ;;;;;;;;;;;;;;;;;;;;
(우분투를 극도로 신뢰해서라기보다는 여러 사람이 사용한 윈도우XP의 보안이슈를 신뢰하지 않아서입니다. 참고로, 전 비밀번호가 드러나서 다른 사람이 해킹해도 상관없을 지메일 계정이 하나 있습니다. 공용PC에서 메일이나 파일을 보내야 할 경우를 대비해서 만든 거죠. 결국 강박증의 문제네요… 아하하;; )

아울러 윈도우XP에서 소리가 안 난다고 고쳐달라는 주문을 받곤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컴퓨터를 잘 하는 게 아니라, 검색사이트를 믿는 거죠. 🙂 이런 문제에서 제가 찾는 질문은 이미 누군가가 했으니까요. 흐흐. 저는 윈도우XP에서의 문제니까 금방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우분투를 사용하며 문제가 생기면 금방 해결할 수 있듯, 그렇게요. 사용자가 훨씬 많으니 해결도 매우 빠를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의외의 사실을 배웠습니다. 사용자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문제해결이 쉬운 것은 아니란 점이죠. 제가 해결해야 할 문제와 비슷한 문제를 지닌 사람은 상당히 많았습니다. 비슷한 질문도 수두룩했습니다. 하지만 대답은 대체로 두루뭉실했거나 자기도 그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식이었습니다. 많은 질문은 너무 막연해서 대답 자체가 어려웠고, 그래서 많은 대답 역시 두루뭉실할 수밖에 없더군요. 그래서 제가 처한 문제를 해결할 대답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사용자가 많으면 그 만큼 유사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많으니 해결책을 찾기가 쉬울 것 같지만, 어떤 경우엔 사용자가 매우 적은 상황에서, 해결책을 찾기가 더 쉬울 수도 있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꽤나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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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번 상황에서 밝히지 않은 사실 하나. 사실 전 차표를 미리 발권하러 가선, 어떻게 버스를 타는지 다 확인한 상태였다는 것! 훗. 정신이 없으면 익숙한 길도 낯선게 아니라, 길치에겐 사전답사 같은 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후훗. (왠지 자랑스러워 하는 분위기? ;P )

사진, 진로, 여행

01
퀴어문화축제가 끝났고, 퍼레이드도 끝났다. 물론 난 참석할 수 없었다. 다른 곳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으니까. 아쉬움을 달래려고 사람들의 후기를 검색하다 사진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사람들의 얼굴이 드러나는 사진들. 어떤 사진은 흐릿하고 어떤 사진은 약간의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 그래도 알아 볼 사람은 다 알아 볼 수 있는 사진들이다. 사진을 올린 사람이 “흐리게 나왔지 않느냐”고 항변하면 할 말이 없지만, 알아 보려고 하면 얼마든지 알아 볼 수 있는 사진들.

사진 촬영 문제는 언제나 어렵다. 사진 촬영 거부는 더 골치아프다.

난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카페에서 일을 한다. 내가 머무는 카페는 어떤 이유로 언론에서 주목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가끔씩 방송사에서 촬영을 오기도 한다. 주인장과 인터뷰도 하고. 그럴 때면 어김없이 카메라도 함께 온다. 카메라 감독은 영상을 위해, 방송 내용을 위해 촬영을 한다. 그리고 난 그럴 때마다 신경이 곤두 선다. 내 온 신경은 카메라에 집중한다. 그리고 행여라도 나를 촬영하면 난 바로 손을 저으며 촬영을 거부한다. 하지만 이 거부를 금방 받아들이는 이는 드물다. 조금 더 촬영하다 관두는 시늉을 한다. 그렇다고 이미 촬영한 부분을 지우는 것도 아니다. 초상권 침해가 아니니 촬영해도 괜찮다는 의미일까?

사진을 찍을 권력이 있다고 믿는 이들과 사진을 찍히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믿는 이들 간의 긴장 관계.

얼마 전엔 영화 [3*FTM]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 사진 촬영과 관련한 골치아픈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출연자들도 함께 자리를 했는데, 어느 관객이 그 장면을 촬영한 것. 거의 한 시간 동안 실랑이를 한 끝에 메모리카드를 찾아 자료를 삭제할 수 있었다고 한다. 사진을 찍은 사람은, 자긴 감독과의 대화란 행사를 촬영하는 게 취미라고 했다. 그 메모리카드엔 다른 ‘감독과의 대화’ 행사를 촬영한 사진들이 있었다고 한다.

촬영에도 윤리가 있다고 말하기엔 하나하나 너무 피곤한 일이다.

02
진로를 새롭게 고민할 상황이다.

다니던 학교에 같은 전공 박사과정이 생길 가능성이 상당했었다. 들리는 소문엔 95% 수준으로 생긴다고 했다. 하지만 부결되었단다. 진로로 이런 저런 고민을 하며 심란했지만, 그래도 믿는 구석이었기에 조금 당황했다. 물론 놀라진 않았다. 생기기 전까진 생긴 게 아니고, 반신반의했으니까. 그저 진로 고민의 방향 자체가 상당히 많이 달라져 난감한 정도랄까.

박사과정이 생기지 않아 난감하지만, 만약 처음부터 박사과정이 있었다면 난 바로 박사과정에 진학했을까? 글쎄, 아마 지금처럼 쉬었을 거 같다. 바로 진학하지 않았을 거 같다. 어떻게 할지 계속 고민 중이다. 아쉬운 건 고민할 시간이 충분하진 않다는 것.

03
학회 일이 끝나면 외국 여행이라고 갔다 오고 싶은 바람을 품고 있다. 물론 정말 갈지는 모를 일이지만. 여행을 무척 싫어해서 MT와 같은 행사도 잘 안 가는데 외국 여행이라니. 하지만 한국이 아닌 곳에서 조금 쉬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꼭 외국일 필요는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문제는 외국에 가도 호텔에만 머물 가능성이 크고, 그곳에서 블로깅만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우려할 사항이다.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