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콘 근크리트] 2007.07.30.월, 17:55, 스폰지하우스(시네코아) 4층 A-107
※스포일러 없음.
왜, 그런 영화가 있잖아. 그냥 너무 읽고 싶어서 어찌할 수 없는. 이 영화 혹은 애니메이션이 그랬어. 예전에 스폰지하우스에 갔다가, 홍보영상으로 읽으며 무척 끌렸지만, 귀찮아서 안 갔는데, 어젠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읽고 싶어졌어. 그래, 이 어찌할 수 없음….
판타지란 장르에 있어 중요한 점 중 하나는, 세계관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있는 거 같아. 얼마나 탄탄하면서도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하느냐 하는 건 판타지란 장르에 있어 필수가 아닐까 싶어. 동시에 이런 세계관을 어떻게 전개하느냐가 중요하고. 그렇지만 요즘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어디 있겠어. 적지 않은 영화들이 비슷비슷한 이야기 구조란 점에서 “스포일러”란 말이 무색해. 그러니 익숙한 이야기구조를 어떻게 끌어가느냐 역시 중요한 점일 거야.
이런 관점에서 애니메이션 [철콘 근크리트]를 읽으면, 어느 쪽으로도 만족스럽진 않아. 두 명의 주인공 이름, 시로(しろ, 白)와 쿠로(くろ, 黑)가 암시하듯, 어둠의 사악함을 이기고 흰색의 밝음을 찾아가는 구조이지. 흑백과 선악이라는 단순한 구조에다 결국 밝음=선을 선택하고. 이야기 전개도 아쉬운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애니를 읽는 내내, 왠지 책을 읽어야만 좀 더 재밌을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 뭔가 중간에 빠져 있는 느낌이 자주 들었거든. 그래서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애니가 무척 좋았어. 시로와 쿠로, 두 악동의 캐릭터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거든. 특히나 시로가 좋았는데, 그 불안을 느끼고 그런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장면에선, 어쩔 수 없이 어떤 기억들이 떠오르기도 했고. 그냥 어떤 아련한 듯이 슬픈 느낌들이 들어서 나중에 꼭 만화책을 사서 읽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어. 하지만 읽고 싶은 동시에 읽고 싶지 않은 몸이기도 해. 읽는 중간 중간에 꽤나 불편한 장면들도 나오거든.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만화책이라면 이런 불편들이 더 가중될 지도 모른다는 어떤 예감. 어쩌면 시로란 캐릭터의 매력은, 목소리 연기가 한 몫을 한 건지도 몰라. *힐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