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주절주절: 길고양이, 냐옹이, 인식체계

01
착하게 살아야겠다. ㅠ_ㅠ

02
또 고양이 이야기!
어제 밤, 무슨 일이 생겨 조금 일찍 玄牝에 갔다. (사실 그 전에 서울 시내 어딘가를 하릴 없이 헤맸다.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이! ㅠ_ㅠ) 터벅터벅 걸으며 玄牝으로 가는 길. 어느 길부터는 총 2번을 꺾어야 玄牝이 있는 건물이 나온다. 바로 그 길의 그 첫 번째 모퉁이에서 냐옹이가 서둘러 자동차 아래로 숨었다. 난, 미안하기도 하고, 이번엔 어떤 냐옹일까 궁금해서 자동차 앞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런데 냐옹이가 내가 서 있는 쪽으로 슬그머니 나오더니 몸의 반은 자동차에 숨겼지만, 반은 자동차 밖으로 빼선 나를 빤히 처다보는 거다! 으하하. 날 알아보는 고양이였다. 이히히. 그 눈빛이 무얼 의미하는지 알기에 난 적극 호응했다. 히히. 그 모습을 바라보며 너무 기뻤다. 난 한참 동안 냥이를 바라보았다. 냥이도 나를 떠나지 않고 근처에 있었다. 때로 내게 도움을 청하기도 하면서. 에헤헤. 사람들이 지나가면 내가 더 불안해서, 주위를 살피며 냐옹이 곁에 있었다. 기뻤다.
이사가 걱정이다.

03
나를 알아보는 고양이와 나는 못 알아 보는 고양이. 고백하건데, 난 사람 얼굴은 구분 못 해도 고양이는 구분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놀랍게도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내가 구분할 수 있는 고양이는 리카와 카노 뿐이었다. 으흑. ㅠ_ㅠ

내가 사람을 구분 못 하는 건,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 그런데 그게 좀 웃긴 방식이다. 예를 들어, ㄱ은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사람, ㄴ과 ㄷ은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가정하자. 길에서 우연히 ㄴ이나 ㄷ을 보면 나는 내가 아는 ㄱ인가 싶어 헷갈려 한다. 그러며 ㄴ이나 ㄷ을 바라보기도 하며 곤혹스러워 한다. ㄱ과 무척 닮았기에 어쩌면 내가 아는 ㄱ인지도 모른다고 고민한다. 그런데 정작 ㄱ과 마주치면 못 알아보고 그냥 지나친다. 으하하. ㅡ_ㅡ;; 도대체 나의 인식체계, 사람 혹은 생명 구분체계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 걸까? 나도 정말 궁금하다.
(ㄴ과 ㄷ이 ㄱ과 닮았다는 보장은 없다. 그냥 그렇게 인식하는 거다. ;;; 이쯤되면 내가 알아본다고 믿고 있는 리카와 카노가 매우 닮은 다른 고양이인지, 정말 리카와 카노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ㅠ_ㅠ )

[길고양이] 리카, 카노, 노아, 그리고 아메.

흰색에 고등색, 갈색, 검은색 등이 어울린, 일명 삼색 고양이는 리카.
검은색에 흰색 신을 신은 고양이는 카노.
흰색에 고등어무늬의 고양이는 노아.
흰색에 주황색 가필드 무늬가 있는 고양이는 아메.
하지만 아메가 실제하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 고양이가 셋 이상인 건 확신했지만, 자주 만나는 건 리카와 카노. 노아와 제대로 만난 건 어제 밤이었다. 내가 집 근처에 있는 시간은 아침과 늦은 밤이라 만나기도 쉽지 않다. 그래도 대충 셋 이상이라고 짐작했다.

내가 귀가하는 시간, 나를 기다려주는 냥이는 리카나 카노였다. 어젠 리카와 카노가 자동차 아래서 식빵 굽는 자세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엄밀하겐 ‘나’를 기다린 건 아니지만.. 하하.) 그런데 리카과 카노 외에도 노아가 잔뜩 긴장한 자세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히히.

아메는 어느 아침에 잠시 만난 적이 있다. 늦은 밤에 잠시 만났다가 이른 아침 자동차 아래서 식빵을 굽고 있는 아메를 만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아이가 노아와 헷갈린 건진 확실하지 않다. 밤의 고양이와 아침의 고양이는 다르다. 낮의 고양이는 또 어떤 표정일까?

리카를 처음 만난 건 지붕 위를 걷고 있는 모습이었다. 난 단박에 리카에게 반했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뻤다. 그런 리카가 가끔은 나를 기다린다. 물론 우리의 거리는 2미터. 하지만 적정 거리만 유지한다면 리카는 도망가지도, 숨지도 않는다. 카노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카노는 좀 더 용감하다. 카노의 적정 거리는 1.5미터. 리카가 가까운 거리에 사람이 있으면 꼼짝도 안 한다면 카노는 조심스럽게, 그리고 매우 조용하게 움직인다. 둘은 자주 같이 다니거나 같이 앉아 있다. 남매/자매/형제 관계인 걸까? 알 수 없다. 노아는 따로 다니는 거 같다. 하지만 리카, 카노와 낯선 사이는 아닌 듯하다. 노아는 아직 나와 익숙하진 않다. 하지만 나를 알아 봐주는 거 같아 매우 기뻤다. 리카도 사람을 많이 가리지만, 노아는 더 심하다. 리카는 눈을 마주하며, 내가 자신을 볼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한다면 노아는 숨어버린다. 도망가지는 않지만 자신의 몸을 가급적 숨긴다. 그리고 아메는 … 정말 존재하는 걸까? 내가 착각한 걸까?

그리고 내 삶이 변하고 있다. 행복하고, 기쁘지만 그런 만큼 불안하고 걱정이다.

+
다섯 번째 다른 냥이가 나타난다면, 아리라고 부를 거다.냥이 이름을 메리라고 붙일 순 없잖아. 그리하여 냥이들 이름을 붙인 방식이 드러났다. 으하하. 나도 참 상상력 부족이다.

++
언젠가 어떤 이야기를 쓰겠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지금은 짧은 흔적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