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살다보면 뭔가를 쏟아내지 않고 계속해서 받아들이기만 하는 시기가 있다. 요즘이 딱 그런 시기다. 뭔가 배우곤 있지만 쏟아낼 말은 별로 없는 그런 시기. 아니, 이런 몸이 되고 싶어서 학교에 왔다.
대학원를 다니는 것은 어쩌면 공부하는 몸을 만드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석사과정도 박사과정도. 차이라면 석사과정에선 공부하는 몸을 만드는 방식을 배우는 시기라면 박사과정은 알아서 만들어야 하는 것. 아직 한 달도 안 되었지만 박사과정은 정말 알아서 관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02
수업을 두 과목만 듣고 있다. 알바 때문에 두 과목 이상을 들을 수 없는 게 현실이기도 하고. 하지만 수업을 들으면서 두 과목 이상 듣는 것은 무리란 결론을 내렸다. 물론 서너 과목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수업 자료를 다 읽으면서 기말페이퍼도 준비하고 자기 공부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적어도 알바를 하면서 학교를 다닌다면 두 과목이 한계다. 앞으로도 계속 두 과목만 들을 계획이다.
03
기말 페이퍼란 말이 나와서… 이번 학기 기말페이퍼 주제는 2월에 정했다(사실 다음 학기 주제도 대충 정했다. 개설 과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그래서 학기 시작 전에 대충의 참고문헌도 찾아둔 상태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석사과정을 겪었기에 생긴 요령이기도 하고 박사과정에 지원하면서 공부하고 싶은 주제가 분명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박사학위 논문 수준은 아니지만 짧은 논문 수준에서 공부하고 정리하고 싶은 주제가 몇 가지 있다. 이것을 기말 페이퍼에서 소화하기로 했다.
04
기말 페이퍼 주제 중 하나는 트랜스젠더와 구금시설(교정시설).
“트랜스젠더와 구금시설”로는 최소한 네 가지 논문이 나와야 한다. 이번 학기엔 그 중 하나를 쓸 계획인데 아직은 논문의 틀이 잘 안 나온다. 쉽게 갈 수도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2010년 구금시설과 십대 여성으로 프로젝트를 했고, 작년엔 구금시설과 트랜스젠더 관련 포럼에서 발표하기도 했다(구금시설과 트랜스젠더 관련 ‘사건’은 2007년부터 시작한다). 그러면서 구금시설과 트랜스젠더 관련 한국어 논문이 좀 나왔으면 했다. 누군가 쓰길 기다릴 수도 있겠지만 기다린다고 논문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아울러 내가 쓰고 싶은 주제기도 하다. 근데 잘 할 수 있을까? 네 개의 논문 중 가장 어려운 주제를 첫 번째로 한 건 실수인 걸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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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하고 나니 할 얘기가 학교 얘기 뿐이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