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 활동을 함께 했던 사람을 만나면 농담으로 하는 말, 지렁이의 항의는 너무 빨랐다.
2009년 트랜스젠더인권활동단체 지렁이에서 활동하던 그 시절, 지렁이는 인권위의 시민단체협력사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러다 7월 즈음인가 현병철 씨가 인권위원장이 되자 이에 항의하며 사업을 반납했다. 지렁이의 행동을 회자한 사람은 주변의 소수였다.
얼추 1년이 지난 2010년 가을과 겨울. 많은 사람이 인권위와 현병철 씨를 규탄하고 많은 이들이 항의의 뜻으로 인권위와 관련 있는 직책에서 사퇴했다. 지렁이처럼 무명의 단체가 아니라, 꽤나 유명한 사람들이 사퇴하면서 상당한 이슈가 되었다.
농담처럼 지렁이의 항의가 너무 빨랐다는 말을 한다. 모든 것은 시기다. 1년 뒤였다면 트랜스젠더 단체의 항의는 더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었을까? 많이 회자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트랜스젠더운동을 조금이라도 더 알릴 수 있다면, 많이 회자되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이미 다 지난 일이다.
시간이 흐를 수록 더 많은 트랜스젠더 이슈가 언론에 회자되리라. 지렁이에서 탈퇴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트랜스젠더 이슈에 집중하며 활발히 활동하는 단체가 있으면 하는 바람은 늘 품고 있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다른 어떤 사람들이 모여 활동하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 지렁이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나 다른 단체처럼 활발히 움직이는 곳이 있음 좋겠다. 그냥, 작은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