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사회가 트랜스젠더를 존중하는 사회로 변하길 바라지 않는다. 존중이라니. 그런 거 필요없다. 트랜스젠더란 이유로 존중하지 않는 사회를 바란다. 트랜스젠더건 뭐건 상관없이 그저 사람이기에 존중하는 사회로 변하길 바란다. 그러니 존중을 요구하지 않는다. 트랜스젠더를 존중하지 마라. 트랜스젠더는 존중할 대상이 아니다. 존중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사고 방식 자체를 바꿔라. 이것이 내가 요구하는 변화다. 트랜스젠더를 존중할 줄 아는 태도, 그리하여 트랜스젠더를 여전히 특이하고 특별한 존재로 여기는 태도는 이 사회를 별로 바꾸지 않는다. 개별 관계에서 이런 태도는 중요하지만 개별 관계에서 이 정도 태도로 끝난다면 트랜스젠더는 끊임없이 존중을 얻기 위해 매순간, 각자 자신의 관계에서 싸워야 한다. 그래서 성공하는 사람은 존중받을 것이며 실패하는 사람은 위험할 것이다. 혹은 바닐라 이성애 트랜스젠더는 존중받고 그렇지 않은 트랜스젠더는 존중받지 못 할 뿐만 아니라 저어함의 대상, 혐오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도대체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러니 비트랜스젠더 맥락에서 트랜스젠더를 존중하는 태도 말고, 트랜스젠더 맥락에서 인간의 젠더 경험 자체, 인간 주체성을 구성하는 근본 토대 자체를 바꾸길 요구한다. 존중해봐야 어차피 위계는 유지되는데 존중해서 뭐하겠는가.
[태그:] 트랜스젠더 선언문
내가 쓴 글, 선언문
[어쩐지 미리 써둔 글이 이것 뿐이라… 다른 글을 올리고 싶었는데… 흠.. 흠…]
현재 이 블로그의 writing 메뉴 ‘루인의 글’ 목록엔 첫 번째 글로 “트랜스젠더 선언문 1/2”을 올려뒀다. 하지만 루인이란 이름으로 처음 쓴 글은 선언문이 아니다. 트랜스젠더 이슈를 다룬 첫 번째 글 역시 선언문이 아니다. 이랑 시절 쓴 글 중 트랜스젠더 이슈와 직간접 관련 있는 글이 몇 편 있다. 루인이 아니라 다른 이름으로 쓴 글도 몇 편 있고(글을 읽는 순간, 이건 ‘루인이 썼구나’ 하겠지만… 하하 ;; ). 그 글을 목록에 올릴지, 선언문 이전 시대의 글로 그냥 덮어 둘지 고민이다. 물론 이건 나만의 고민이고 관심 있는 분은 거의 없을 듯;;
고작 나 따위에게 00시대 이전, 이후란 구분을 붙이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다. 그럼에도 이런 구분을 하는 건 “선언문”이 나 자신에겐 상당히 의미 있는 글이기 때문이다. 트랜스젠더 이슈와 관련해서 작정하고 쓴 첫 번째 글이기도 하고, 석사 지도교수와 사제의 연을 확정해준 글이기도 하고, 지혜 선생님과의 인연을 맺어준 글이기도 하다. 그 글 한 편에만 다양한 역사와 의미가 담겨 있다. 다들 그런 글 한 편 정도는 있지 않나? 잘 쓴 글은 아닌데, 잘 쓴 글이 아닐 뿐만 아니라 문제가 될 소지가 많을 수도 있는데, 그 글에 다양한 사연이 있어서 각별한 의미를 가지는 글. 실체는 파묻어 없애버리고 싶다고 해도 그 글이 존재했다는 기록만은 꼭 남겨두고 싶은 글. “선언문”이 내게 그렇다.
언제 용기를 내서 한 번은 다시 읽어봐야 할텐데… 용기가 안 나네.. ㅠㅠ
뭐, 이렇게 말해봐야 현재 비공개로 묶여 있고 실제 읽은 분이 몇 안 되니 이곳에 오시는 분들껜 의미 없는 넋두리에 불과하겠지만..
다른 한편, 이랑 시절의 글은 이랑에서 운영한 웹진에 올렸고, 웹진은 벌써 오래 전에 사라졌고, 웹진에 올린 글 중 몇 편만 인쇄 형태로 남아 있다. 인쇄 형태로 남은 것 중 일부는 전문이 아니라 발췌 판본이다. 찾아봐야겠지만 내게도 최종본이 없을 가능성이 크달까. 물론 다행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지만.. 으하하. ;;; 역사 조차 지우고 싶은 건 아니지만 흔적은 없애고 싶은 글 하나 정도는 다들 있지 않나요… 전 지금까지 출판한 모든 글을 회수하고, 사람들 기억에서 소거하고 싶어요.. 그래서 루인이란 사람이 트랜스젠더와 관련한 글은 썼다고 하는데 무슨 내용인지 아는 사람은 없으면 좋겠어요…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