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갔다 와야 인간(남성)이 된다는 말은 참 슬픈 표현이다. 뻔한 이야기지만 한국 사회에 가장 적합한 인간은 군대형 인간(남성)이란 뜻이며 이것은 분노할 일이다. 하지만 다종다양한 인간성과 개성이 군대를 통해 특정 틀거리에 맞춘 인간이 된다는 뜻이라면, 무척 슬픈 일이다. 2년 남짓의 시간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몸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규격에 맞춘 생활을 견뎌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고단하고 또 힘겨운 일인가. 그 시간을 살아서 견딘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군대를 갔다 와서가 아니라 그 시간을 견뎌서 대단하다. 그런 공간을 견딘 사람, “빡세게” 살았다며 그 시절을 (때때로 자랑스럽게)회고하는 사람이 다시 군대에 가고 싶을까? 아니다. 제대 후 꾸는 최악의 악몽이 군생활이란 언설은 군대 경험을 상징한다. 그런데 왜 군대는 그렇게 신화가 되었을까? 여담으로, 군대 관련 악몽은 군생활이 악몽이란 뜻인지, 군생활로 억눌러야 한 이전의 인간성이 회귀하려는 몸부림이란 뜻인지 분명하지 않다. 어느 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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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원고를 쓰다가 버리기로 한 구절이다. 트랜스젠더의 징병검사 관련 짧은 글인데, 나는 비트랜스젠더의 견딤을 같이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실력이 부족하여 정해진 분량에 이것을 잘 맞출 능력이 없다. 아쉽지만 버리기로 했고, 대신 이렇게 블로깅하기로 했다. 그래서 정말 궁금한데, 만약 군대 악몽이 군생활로 억누른 입대 이전의 인간성이 회귀하려는 몸부림이라면 군대는 무엇이 되는 것일까? 군대가 없어져야 한다고 믿는 나는 군대 경험이 입대 이전과 이후를 어떻게 바꾸는지 궁금하다. 물론 아무런 변화가 없을 수도 있지만 아예 변화가 없진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