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부산에 갈 때마다 듣는 말이 있다. 살이 지난 번보다 더 빠졌다, 큰일이다.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살이 빠졌는지 어떤지. 나의 체감에 살이 빠진 것 같지는 않다. 그냥 몸무게는 대충 비슷한 것 같은데도 그런 말을 듣는다. 물론 집에 체중계가 없어서 정확한 몸무게는 나도 모른다. 대충 비슷하겠거니 하면서 얼추 20년 가까이 비슷한 몸무게겠거니 하며 지낼 뿐이다.
부산에 갔다가 다음날 아침 알바에 출근하기 위해선 첫 기차를 타야 하는 건 아니지만 5시 30분 기차는 타야 한다. 그래야 안전하게 알바하는 곳에 출근할 수 있다. 5시 30분 기차를 타기 위해선 3시 30분엔 일어나야 한다. 당연하지 않은가. 씻고 이것저것 준비하고 차를 타고 기차역까지 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최소 두 시간 전엔 일어나서 준비를 해야 한다. 3시 30분이란 시간은 평소엔 결코 일어나지 않는 시간이다. 새벽, 고양이가 우다다 혹은 야아아아아아아옹 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일어날 일도 없다. 하지만 일어나야 하고, 차를 놓치면 큰일일 땐 또 절로 일어난다. 알람 소리에 몸이 벌떡. 물론 요즘은 많이 피곤하니 약간의 뒤척임도 있다. 어쩌겠는가. 살다보면 내가 원하지 않을 때 원하지 않은 일정을 치뤄야 하는 날도 있으니까.
피곤하지만, 사실 이렇게 새벽 기차를 타고 오가는 일을 하면 그 주는 주말까지 계속 피로와 졸엄에 시달린다. 그리고 적응은 안 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렇게 살다보면 다른 날도 있을 테니까.
무엇보다 밑반찬 몇 개 얻었으니 다 괜찮다. 으흐흐. ;;;

피곤 혹은 엄청난 수면부족: 고양이

잠을 설치고 있다. 심란한 마음이 잠들지 못 하도록 하는 게 아니다. 두 고양이가 투닥거리는 상황으로 잠을 못 자고 있다.
평소 바람은 침대의 이불 속이나 캣타워에서 잠들지만, 밤에 잘 때만은 내 곁에서 잠든다. 정확하게는 내 머리 오른편에 자리를 잡고 잔다. 몇 년 동안 서로 합의하며 자리를 잡은 방식이다.
며칠 지낸 보리는… 음… 에… ㅠㅠㅠ 일단 자려고 누우면 침대의 사각을 미칠 듯이 뛰고 이불을 발톱으로 마구 긁은 다음 이불을 덮었을 때 튀어나오는 발바닥을 마구 깨문다. 이런 식으로 상당히 오랜 시간을 미친 듯이 질주한 다음 간신히 잠드는데 그 자리가 늘 목 언저리거나 가슴 부근이다. 다른 말로 숨이 막힌다. 이것이 요즘 내가 잠을 제대로 못 자고 헤롱거리는 첫 번째 이유다.
현재 상황, 바람은 보리를 적당히 피하는 편이다. 사실 이 시기의 캣유딩, 캣꼬꼬마는 거칠 것이 없고 무서운 게 없다. 그냥 미친 듯이 질주하고 폭주하고 순식간에 뛰어다닌다. 그래서 어디든 부딪히고 사고를 일으킨다. 다른 말로 바람이 하악거리거나 으르릉거려고 캣유딩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다. 화를 내는 의미체계가 성립되지 않은 것만 같달까. 그러니 바람의 의지가 보리에게 전달이 안 된다. 다른 말로 바람이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잠들려고 해도 이것이 보리에게 적절히 전달이 안 된다. 나의 의사는 당연히 전달이 안 되고. 이것이 야기하는 문제는 단순하고 크다. 바람은 자신의 자리에서 잠들려고 침대 곁에 온다. 이때 바람은 반드시 아웅 하고 울면서 온다. 그 소리가 나를 부르는 것이라, 난 반드시 반응을 해야 한다. 보리는 바람이 근처에 오면 잠에서 깨어나 바로 어떤 식으로건 반응을 한다. 바람은 후다닥 마루로 피한다. 이 일이 새벽 내내 진행된다. 다른 말로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다. 넉넉하게 잡아서 30분 단위로 바람은 날 부르고 보리는 종종 침대나 이불 속에서 우다다한다. 이것이 요즘 내가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수준을 넘어 잠이 엄청 부족하고 급속도로 피곤에 쩐 이유다.
졸린다. 아아, 졸린다. ㅠㅠㅠ

후기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많이 피곤하지만 다시 제 일상을 유지해야죠.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고요
어머니의 수술은 끝났습니다. 잘 끝난 것일지는 회복 과정을 지켜봐야죠. 수술이 목표로 한 부분은 잘 끝났습니다.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는데 잘 끝났다니 다행입니다. 하지만 회복 과정을 거쳐야 수술의 효과를 더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죠. 그러니 좀 더 기다려봐야죠.
뇌 수술을 하고 나면 성격이 변한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뇌와 성격의 관계가 매우 밀접하다는 얘기죠. 뇌가 성격을 결정한다는 뜻이 아니라 뇌와 성격 사이엔 강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성격은 뇌가 결정하니 어쩔 수 없다는 얘기를 해선 안 된다는 뜻이지만, 뇌가 성격에 영향을 끼치면서 때론 어쩔 수 없는 일도 생긴다는 뜻. 모순 같지만 모순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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