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e, The Resistance Tour in Seoul. 2010.01.07.20:00- @ 올림픽 체조경기장 C-315.
그러니까 나는 지금 이 순간,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야. 아니, 어제 살아서 돌아왔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그 공연장에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야. 아, 정말 행복해서 곧 죽어도 좋을 기분이었어!
공연장에 가겠다고 출발한 시간은 오후 3시. 일단은 어제의 첫 식사를 하고. ;;; 4시 즈음 지하철을 타고 올림픽 체조경기장으로
향했다. 5시 즈음 표를 현장수령하고 스탠딩 입장을 위한 대기석에 갔는데. 무려 외부! 눈이 쌓여 있는 외부에서 기다렸는데,
이미 많은 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후후. 그 심정 알아. 녹지 않은 눈이 쌓인 곳에서 발을 동동 거리며 몸을 녹이며 얼추 두
시간 정도 기다렸다. 그리고 입장. 입장한 시간은 7시. 공식적으로 공연을 시작할 시간은 8시. 아직 한 시간이 남았다.
나는 그나마 괜찮은 자리를 확보하고 마냥 무대를 바라보며 기다렸다. 빨리 시작하면 8시 10분이나 15분. 늦게 시작하면 8시
30분이나 40분 정도일 거라고 예상했다. 이미 두 번의 경험이 있으니까. 매튜가 공연을 앞두고 변비로 고생한다는 얘길
어디선가 읽은 기억도 있어서. 하하. 그래서 나로선 조금 느긋했지만 주변에선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저 불만도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 사라질 거란 걸 알고 있으니까. 공연이 끝날 땐, 찬양과 황홀만 남으리란 걸 알고 있으니까. 아무튼 공연은
8시 40분 즈음 시작했다.
약간 과장하면, 세상은 뮤즈의 공연을 관람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 후후. 매우 조금 과장한 거다. 정말 얼추 100분 정도의
시간 동안 미친듯이 달렸다. 다들 방방 뛰는 시간엔 방방 뛰고 손을 뻗어 팔을 흔들고. 첨엔 근육이 안 풀려 팔이 아팠지만 두
곡 정도 지나고 나선 그런 것도 없었다. 완급을 적절히 조절하며 열심히 놀고, 적당히 쉬어주고. 중간에 호흡이 가프고 폐가 조금
아팠는데(평소 운동부족의 결과;; ) 그래도 좋았다. 이대로 호흡곤란으로 쓰러진다고 해도 괜찮았다. 사실 아침부터 몸이 살짝 안
좋았고, 그래서 밥도 제대로 안 먹고 공연장에 갔기에 걱정했다. 공연장에 갈 땐, 무조건 잘 먹고 가야 충분히 놀 수 있으니까.
그나마 생수 한병 준비한 건 정말 잘한 일. 물이 없었다면 쓰러졌을지도. ;; 얼굴이 땀 범벅이었고, 땀이 흘러 눈에
들어왔는데도, 마냥 좋았다. 그래, 이 기분이야!
스탠딩이라 초반에 주위 사람들에게 부딪히며 다칠 위기도 있었고, 안경이 날아갈 위기도 있었지만 그것도 초반일 뿐. 세 번째 곡이
흐를 즈음엔 자리를 잘 옮겨서 꽤나 편하게 놀 수 있었다. 세 번째 줄에 섰는데, 내 앞에 계신 분들이 모두 나보다 키가
작아서;;; 무대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었다. 지난 두 번은 무대를 제대로 구경할 수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번엔 무대도 구경하고
노래도 즐기고. 음하하. 하지만 스탠딩은 키 작은 사람에겐 저주다. 펜스 바로 앞에 서지 않는 이상. 나 역시 나보다 키가 큰
사람들로 무대 구경을 못 할 때도 있었으니까.
연주는 완벽 그 자체. 선곡도 매우 만족스러웠다(5집 [The Resistance]를 중심으로 연주할 줄 알았는데 2~5집 곡들을 고루 연주했다). 특히 앵콜로 “Plug In Baby”와 “Knights of
Cydonia”를 부른 건 탁월한 선택. “Knights of Cydonia”는 공연의 마지막 곡으로 고정한 듯. 예전
공연에서도 그렇고 다른 나라의 공연에서도 그런 듯하고. 확실히 마지막 곡으로 “Knights of Cydonia”가 최고이긴
해. 그리고 이 곡을 들을 때마다 공연의 감흥이 고스란히 되살아나기도 하고. 길에서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마치 공연장에 있는듯 뛰고 싶으니까. 흐흐.
매튜를 비롯한 뮤즈 멤버들은, 이제
한국공연에선 떼창과 팬들의 호응을 기본으로 전제하고 공연하는 느낌이었다. 어느 곡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평소라면 다 부를
텐데, 일부러 가사의 일부를 안 불렀고, 그 부분은 팬들의 떼창으로 충분히 매웠다. 조용한 곡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곡에 떼창은
기본이었다. 공연이 정말 끝났을 때, 메튜와 크리스, 도미닉은 자신들도 만족스럽고 또 아쉬워 하는 표정으로 무대에서 나갔다.
2010년 첫 공연으로 자신들도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아, 정말 나에게 그냥 쓸 수 있는 돈이 매우 넉넉하다면, 뮤즈의 앨범 투어를 따라다니며 모든 공연을 관람할 텐데. 아쉽고 또 아쉬울 따름이다. 흑흑. 아무려나 이렇게 2010년의 힘을 받았다.
+Exogenesis를 연주하지 않아 아쉬웠는데, 무대를 보면서, 뮤즈는 핑크 플로이드를 욕망하는 것 같았다.
++지산에 온다는 카더라 소문이 있는데, 혹시…
+++과분하지 않은 바람 중 하나는, 매년은 아니어도 앨범 투어 때마다 한국에 왔으면 좋겠다. 공연을 함께 하며 함께 나이들면 기쁠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