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엔 병실마다 화장실이 있지만 복도에도 화장실이 있다. 그리고 복도에 있는 화장실 입구는 미닫이 문이 아니라 천으로 살짝 가린 모습이다. 천으로 가볍게 가린 모습. 복도를 오고갈 때마다 화장실 문이 천이라니, 그것도 제대로 닫히는 기능이 없는 천이라니 사용하는 사람은 얼마나 불편할까라고 고민했다. 화장실인데, 문을 닫을 수 없다니. 하지만 병원을 몇 번 오가면서 반성했다. 난 얼마나 안이하게 고민했던가. 병원 복도에 있는 화장실이라고 해서 병문안을 온 사람만 사용하는 게 아니다. 환자로 입원한 사람도 사용한다. 그리고 간병인이나 곁에서 도와줄 사람이 없는 상태로 화장실을 혼자 사용한다면 적어도 출입구만은 쉽게 드나들 수 있어야 한다. 화장실 입구를 천으로 가린 건 환자가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모든 사람이 같은 힘을 가진 게 아니라면, 어떤 사람은 적은 힘을 사용하는데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면 결국 적은 힘을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문을 만들어야 한다. 그 화장실이 장애인용 화장실이란 표시가 없어도 그렇다는 뜻이다. 하지만 병문안을 이유로 몇 번 드나든 병원의 복도 화장실엔 장애인용이란 표시가 없었다. 모든 화장실을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입구만 봤을 땐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폭이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병문안을 오는 사람이 아니란 뜻일까? 장애인은 병실을 이용하는 사람이지 병문안을 오는 사람은 아니란 의미일까? 하지만 병실에 있는 화장실도 좁았다. 링겔을 거는 지지대는 들일 수 있어도 상당히 좁았다. 장애인은 장애인 전용 병실에 따로 있어야 한다는 뜻일까? 병원의 젠더 분리와 장애 분리란 뜻일까? 병원 복도에 있는 화장실을 보며 환자인, 장애인은 아닌, 체력에 있어 상당한 약자인 어떤 존재/범주를 떠올렸다. 장애와 비장애 사이에 경계는 정말 불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