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4: 바라는 삶, 왕따와 성폭력 사이

01
내가 가장 바라는 생활 방식 중 하나는 그냥 도서관에 콕 박혀 원하는 자료를 찾고, 그 자료를 읽는 일. 이를테면 아침에 도서관에 가서 읽고 싶은 자료도 찾고 글도 좀 쓰고, 오후엔 찾은 자료를 읽고 저녁엔 카페에서 느긋하게 빈둥거리며 책을 읽거나 영화관에 가고. 그러다 가끔은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물론 개인약속이 없는 나로선 사람 만날 일도 거의 없겠지만. 🙂

만약 몇 년 동안 생계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면 이렇게 살고 싶다. 매우 행복할 거 같아.

02
입안이 쓴 날들이다. 나름, 불면의 나날이다.

03
아침 라디오에서 “중학생 동영상”이라는 뉴스를 들었다( http://bit.ly/bZtoLm ). 어떤 프로그램에선 왕따라고 얘기했다. 어떤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장난이라고, 다만 짓궂은 장난이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해석하기에 따라 성폭력일 수도 있다. 이 사건엔 젠더 간의 권력이 매우 명확하게 작용하고 있는데, 사건을 전한 진행자들은 이를 간과했다. 왕따라는 말이 그 동안 은폐한 폭력을 드러낸 면이 있긴 하지만, 개인들 간에 존재하는 권력 차이를 은폐하는 경향도 있다. 그래서 누군가는 성폭력, 젠더 폭력, 인종차별과 같은 말을 순화하기 위해 왕따란 말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인간관은 재벌가의 8살 아이가 일용직 노동자 집안의 8살 아이보다 영어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피아노도 잘 친다면, 그건 경제적인/계급적인 차이가 아니라 개인의 능력 차이 때문이라고 보는 것. 왕따란 용어의 사용이 딱 이러하다.

9 thoughts on “주절주절4: 바라는 삶, 왕따와 성폭력 사이

  1. 언제부터인가 가난한 집안에서 자식들을 주렁주렁.. 10명 이상.. 낳는 걸 보면 전 보기 좀 불편하더라구요. 화도 나고.. 아이가 인꽃이고 행복이라 하지만 아이를 낳았다면 적어도 어느 정도는 책임을 져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왜 화가 나는 걸까 생각해 본 적도 있어요. 제가 그런 집안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그건 그들의 자유인데.. 혹시 가지지 못 한 것에 대한 시기, 질투인가 하고 생각도 해 봤죠. 훗~ 조카를 보면 이것저것 많이 배우고 싶어 해요. 지금은 어린이집만 다니고 있지만 언젠가는 가르쳐야겠죠. 아이가 원하니까요. 하지만 한 아이를 하면 다른 한 아이도 가르쳐야 하니깐 경제적으로 많이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구요. 그렇다면 누군가 그걸 지원해줘야겠죠. 가족중의 누군가가 말이예요. -_-; 그렇게 해 줄 누군가가 있는 가정은 그나마 또 나은 거겠죠. 왕따란 말.. 참 불편한 말이네요.

    01 같은 삶.. 정말 좋을 듯 해요.. ㅎㅎ

    1. 요즘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왕따란 말도 (얼결에;;; ) 고민하고 있는데, 때마침 아침에 이 말이 뉴스에 나오더라고요. 요즘 고민하고 있는 말이어서 그럴까요? 유난히 거슬리고 또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소심하게 주절주절;;; 흐흐

      01 같은 삶은 완전 로망 같아요. 으하하. 제가 상상할 수 있는 빈둥빈둥 사는 삶의 궁극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흐흐흐.

  2. 아- 루인이 왜 만날 저 같은 인생을 로망이라고 하나 했더니 그런 것이었군요-
    저는 일이 없으면 도서관 가서 책 읽고 글 쓰거나 돈이 있으면 카페에 가거나 하죠.
    물론 카페에 가는 건 돈이 없어서 자주 못하지만 말이에요.
    그러고 보면 제가 하는 일이라는 것도 결국 글을 읽고 쓰는 거니, 글 쓰고 책 읽는 거에 포함시켜도 될까요-
    그럼에도, 진짜로 제가 쓰고 싶은 글과는 자꾸 멀어져서 고민이에요. 결국 생계 때문일까. 그런 이유만은 아니겠죠? 저의 게으름이 문제-ㅅ-; 아웅, 모르겠어요. 그래서 저도 입안이 쓴 나날.

    1. 아앗. 당고가 제 로망인 삶을 살고 계셨군요!!! 이건 몰랐어요. 편안할 수만은 없는 나날이지만, 그래도 완전 부러워요!! 흐흐.

    1. 앗… 어디로 퍼가시는 지 알려 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
      출처면 표시해주시면 퍼가시는 건 상관없고요. 헤헤.

  3. 저도 그 “중학생 동영상”의 캡쳐를 뉴스기사에서 봤는데…
    이야…할 말을 잊게 하더군요.
    요즘은 나쁜 뉴스가 유난히 많이 보여서 뉴스 보지말까 생각중이에요.
    16살 여자애가 아버지의 손에 생매장을 당하지 않나, 4살짜리 여아가 아버지에게 물고문을 당하지 않나…;; 세상이란 ;ㅁ;

    1. 시간이 갈 수록 폭력 관련 기사가 더 많이 등장하는 듯해요. 세상이 더 폭력적으로 변한 건지, 예전엔 폭력으로 인식하지 않았던 일을 요즘은 폭력으로 인식하기 시작해서인지는 헷갈리지만요…
      암튼 뉴스를 듣기가 겁나는 나날이에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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