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크크. 제목 쓰고 참 민망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흐흐흐. ;;;
얼추 1년 반 만에 밥을 직접 해먹고 다니면서, 심지어 도시락도 싸다니면서, 여러 모로 좋은 점을 깨닫고 있죠. 특히나 도시락을 싸다니는 좋은 점. 그러니 한때 김밥주의자를 자처하며, 김밥신을 열렬히 모실 때가 언제라고 벌써 “변절”해선 도시락주의자를 자처할 것만 같달까요. 흐흐흐. ;;;
밥을 해먹기로 하고, 도시락을 싸다니기로 하면서, 했던 다짐은 단 하나. 결코 복잡하거나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은 하지 않는다, 아주 간단하게 한 가지 반찬만 만든다, 였죠. 아침에 밥을 한다고 해서 특별히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하진 않고요.
사실, 아침 6시 즈음이면 눈을 뜨지만 실제 이불에서 나오기까진 참 많은 시간이 걸려요. 흐흐. 알람을, 라디오가 자동으로 켜지는 것으로 설정하고 있고,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듣는데, 이불 속에서 밍기적 거리며 듣다가 2부가 끝나야만 이불에서 나와 학교 갈 준비를 했죠. 그러니 딱히 더 일찍 잠에서 깨기보다는 좀 더 일찍 이불에서 나오는 것이 관건이라면 관건. 보통 이불에서 빠져나와 씻고, 밥을 해서 먹고 설거지하고 玄牝에서 출발하는데 까지 대충 2시간이 걸리니, 그렇게 많이 걸리는 건 아니죠. 김밥을 사먹던 시절에 비하면 20분 정도 늦게 출발하게 되었지만 사무실에 도착하는 시간은 5분에서 10분 정도만 늦어졌고요.
반찬은 간단하죠. 일주일에 한 번 장보고, 그날 손질해선 7번 먹을 분량으로 나눠요. 장보러 간다고 사무실에서 출발하는 시간부터 손질이 끝나는 시간까지 대충 2시간 안팎이니 그렇게 나쁘진 않고요. 팩에 나눠 담은 음식을 아침마다 한 번에 볶으면 조리하기도 간단하면서 나쁘지 않은 반찬이 돼요. 대충 버섯과 두부, 부르콜리, 양파, 땡초(“청량고추”로도 알려진), 애호박 등이 들어가죠. 밥은, 밥을 해먹을 때면 항상 그랬듯, 돌솥에 흰쌀과 잡곡을 섞어요. 요즘은 적당한 크기로 자른 고구마랑 섞어서 밥을 하죠. 두말할 필요도 없이 밥만 먹어도 맛있어요! 음하하. 돌솥 바닥에 눌어붙은 밥으로 숭늉을 만들어 먹으면 정말 맛있고요. 후후.
확실히 좋아진 점 세 가지.
1. 도시락을 싸지 않으면 항상 점심 때 무얼 먹을지를 고민해야 했는데 이젠 이럴 염려가 없어서 좋아요. 같은 반찬 매일 먹어도 별로 질리지 않는 편이니, 매일 같은 반찬이라고 해서 물릴 염려는 없고요. 하긴, 일주일 내내 김밥만 먹고 산 적도 있는데 물릴 리가 있겠어요. -_-;; 크크크.
(강황이라고 아세요? 카레의 원재료인 셈인데, 일종의 향신료로 강황만 따로 팔더라고요. 의외로 맛있어요.)
2. 새삼 느꼈는데 확실히 생활비가 적게 들더라고요. 예전엔 아침만 해먹고 점심 겸 저녁은 사먹었는데, 이럴 경우엔 생활비가 두 배로 드는 느낌이었죠. 근데 도시락을 싸다니기 시작하니, 생활비가 확실하게 줄었어요. 군것질도 거의 안 하다보니 하루 종일 지갑을 한 번도 안 여는 일도 있으니까요.
3. 무엇보다도 김밥 등을 사먹을 땐, 밥을 먹어도 허한 느낌, 여전히 허기진 느낌이 남았는데 밥을 해먹고 도시락을 먹으니 이런 느낌이 없어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아요. 이 느낌이 좋아요. 먹고 나면 든든해지는 거, 그래서 허기가 들지 않는 거. 더 이상 예전처럼 갑자기 허기가 들면서 한기와 식은땀이 나는 일은 없죠. (고작 보름 정도 도시락 싸다니고선 벌써 오바하는 거냐! ;;;)
근데 안 좋아진 점 하나.
확실히 활동량이 줄었어요. ㅠ_ㅠ 그래도 밥을 사먹을 땐 사러 간다고, 사먹으러 간다고 움직이기라도 했는데, 이젠 이럴 이유가 없거든요. ;;; 이건 좀 양가적이에요. 학교에 오는 시간이 5분에서 10분 늦어지는 대신 1시간을 벌었으니 확실히 좋고, 신경 쓸 일도 줄었으니 좋은데, 대신 말 그대로 하루 종일 화장실 정도만 왔다갔다만 할 뿐 다른 움직임이 없어 졌죠. 사무실이 북향이라, 화장실 간다고 복도에 나가면, 복도에 비치는 햇살에 놀라기도 하고요. ㅡ_ㅡ;;; 산책 시간을 가질까 봐요. (과연?)
많이도 말고 아주 조금만 부지런해지기로 한 것뿐이에요. 아주 조금만. 워낙 게으른 인간이지만, 아주 조금만.
네 맞아요. 사먹는 밥보다 도시락이 훨씬 포만감이 있죠 🙂
더 적게먹어도 배불러요. (끄덕끄덕)
포만감과 든든함이 좋아서 한동안 어디 가서 사먹는 일은 없을 것 같아요. 헤헤.
그야말로 참살이를 실천하고 계시네요. 산책만 추가하면 완벽하시겠어요! ^^(말로는 이러면서 저도 운동은 전혀 안해요 ㅋㅋ)
산책을 계획은 했지만, 결국 아직은 시작하지 않고 있어요. 흐흐 ;;;
맞아요. 저도 먹는 건 잘 챙겨먹는데, 운동을 안해서..운동만 하면 딱 좋은데, 운동이 너무 싫어요 ㅠㅠ
돌솥에 숭늉! 크아~ 저도 요즘 밥을 종종 해 먹어요.
근데 안 먹고 안 움직이면 별로 밥 생각도 없고, 그러다 기회되면 폭식하고;
음식 먹기도 수행의 한 가지라는데 수행이 많이 부족합니다. ㅎ
와, 한동안 안 해드신다고 읽었는데 잘 되었어요. 🙂
(이토록 간사하게 바뀌는 “변절자”의 태도-_-;; 흐흐)
근데 진짜 음식 먹기도 수행인 거 같아요. 루인도 수행을 잘 하고 있진 않지만요. 흐흐흐
와~ 살림꾼 루인! 와~~~~ 저 도시락 맛있겠어요! +_+
히히히. 도시락은 이제 루인의 자랑이랍니다.
흐흐흐.
버섯볶음, 저도 도시락 반찬으로 자주 애용해요.
볶음 요리가 만드는 시간도 제일 적게 들고, 간단한 거 같아요.
전 주로 양파가 주가 되는 볶음인데요, 예를 들면, 양파와 버섯, 양파와 호박 등으로요 ㅎㅎ
밥은 역시 잡곡이 뱃속에서 오래가더라구요~
예전엔 마트에서 파는 10곡, 12곡을 샀었는데, 시장생활로 바뀌면서 제가 좋아하는 것만 넣어서 먹고 있어요. 특히 찹쌀을 넣어서 찐득하고 약간 진 듯한 밥이 맛있는 거 같아요~>_<
앗, 찹쌀을 사야겠어요. 히히.
루인이 가는 마트엔 이미 섞어둔 것과 따로 골라 갈 수 있는데, 루인은 그냥 이미 섞어둔 걸 사요. 따로 사려니 귀찮아서요;;;; 흐흐흐
예전엔 양파가 맛있는 줄 몰랐는데, 올 봄부터 양파가 맛있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애용하고 있어요. 헤헤.
가장 안 질리는 음식 중 하나지만 김밥도 많이 먹으면 질리죠..ㅎㅎ
글구 김밥은 정말 왠지 허전해요; 왜그럴까요? 만약, 김밥에 들어있는 것들을 그냥 반찬으로 밥이랑 먹는다면 안 그럴까요? ㅎㅎ;;
정말 신기하게도, 집에서 만든 김밥은 그래도 괜찮은데 사 먹는 김밥은 배가 부를 때에도 허전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김밥의 밥과 속에 들어가는 걸 따로 먹는 상상을 종종하는데 차마 할 용기는 안 나더라고요. 일종의 김밥에 대한 경외감이랄까요. -_-;;; 크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