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러만 주시면 어디든 간다는 루인의 태도에 따라, 얼추 한 달 전에 청탁 받은 강연회(QUEER UNIVERSITY)에 어제 갔다 왔다. 간단한 느낌이라면, 서울대는 접근하기가 참 힘들구나(교통편의 측면에서)와 강연회 자리 자체는 무척 즐거웠다, 랄까.
첨엔 연세대에서 한다고 했다가 갑작스레 서울대로 바뀌었다고 했다. 서울대엔 생전 처음 가는데, 교통편을 한 번에 두 종류 이상 이용할 일이 없었던 루인으로선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를 타야지만 갈 수 있는 학교란 사실 자체에 놀랐다. 더구나 말로만 듣던 학내에 버스 정류장이 있는 학교를 직접 접하다니, 오오 놀라워라. 얼추 10분 안에 어떤 강의실로도 이동이 가능하다고 얘기하는(비장애인의 입장에서 나온 말) 학교를 다니고 있는 루인으로선, 버스정류장이 있는 학교에 가보니 신기했다. 행사가 있는 바로 그 건물 앞에서 그 건물이 어디있냐고 묻는 일은 이번에도 여전했고. 흐흐흐.
어떤 얘기를 할지, 청탁을 받은 이후로 내내 고민을 했지만, 수위를 맞추고 내용을 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전날, ㅊㅇ님께 조언을 구했고, 덕분에 강연준비를 하는 일이 좀 수월했다. (고마워요!!!) 그래서 적당히 수위를 맞추고 출발하기 몇 시간 전에 별도의 강의록을 만들었는데(배포용은 아니었고), 아뿔싸, 정작 행사 장소에 가니, “망했다”라는 느낌이 들더라는. 이미 트랜스젠더 운동과 관련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고, 거의 모르는 사람들도 있고, 동아리에서 트랜스젠더가 있는 이들도 있고. 이럴 때 어떤 식으로 수위를 맞출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전혀 모를 수도 있는 이들과, 이미 어느 정도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 모두가 지루하지 않는 방식을 고심하다가) 그냥 멋대로 했다ㅡ_ㅡ;;; 흐흐. 단, 예전에 제대로 망했던 강의가 끝나고 초대한 선생님의 지적을 유의하며, 구체적인 고민들을 중심으로 풀어갔다.
자리가 즐거웠던 건, 다행히도 사람들이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적지 않은 고민을 공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강의에 갈 때 가장 당혹스러운 일은 사람들이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건데, 어젠 계속해서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자리였다. 다만, 개인적으론 무척 즐거웠는데, 그곳에 참가한 분들의 시간을 낭비하는 자리가 되지나 않았을까 하는 걱정은 있다. 비가 오고 접근성이 수월한 곳도 아닌 곳에서 하는 강연을 들으러 오는 사람들에게, 시간 낭비가 아니고 뭔가 고민을 줄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건 중요하니까. 강의를 듣는 내내, ‘시간 낭비다’란 느낌을 준다면 만행이지.
아울러, 서울대로 가는 지하철에서 리타 펠스키의 글(“Fin de siècle, Fin de sexe: Transsexuality, Postmodernism, and the Death of History”)을 읽었는데, 이런 논의를 할 수 있는 자리도 언젠가 오겠지, 하는 욕심이 생겼다. 열심히 준비해야지.
+당연히 무료강연회일 줄 알았는데, 강연료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
아이고ㅠㅠ 루인님 강연회^^가 있는 줄 알았으면 갔을텐데요!!! 정말 아쉬워요!!! 그나저나 서울대는 정말 접근하기가 어렵죠? 전 3년째 다니는데 아직도 헤매요;;;;
저의 강연회라서가 아니라, 상당히 재밌는 자리여서, 오셨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상상을 잠깐 했어요. 헤헤
정말 서울대는 접근하기도 어렵고 건물 찾기도 어려워요. 헤매지 않을 수 없는 구조인 것만 같아요. 흑흑
‘계속된 질문과 고민’이라니..ㅎ
강연자도 강연을 듣는 사람도 즐거운 시간이었겠어요-ㅋ
’10분안에 모든 강의실을 이동한다’..라..
왠지, 제 학교 생각이..=ㅂ=;
….제 학교는 아마, ‘5분’안에 모든 강의실을 이동가능하지 않을지..(비장애인..뛸 때의 시간으로..)
예, 지금까지 많이는 안 했지만, 그래도 몇 번의 강연을 하면서, 상당히 재밌는 시간이었어요. 헤헤.
오~ 강연료! ㅋㅋ 선물 받은 기분이겠어요~ ㅋ
흐흐흐. 그러니까요. 정말 예상치도 않은 강연료였어요. 그래서 일 년을 고민한 잠바를 샀지요. 후후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