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거미줄

어제는 붉게 타는 달이 뜬 밤. 나는 초라했어요.

피곤해요. 아침에 만난 어떤 사람은 밤새고 왔느냐고 물었죠. 잠을 잤지만 피곤해요. 쉬고 싶다는 느낌이 더해가는 날들. 그러고 보면 요즘 뭐하고 사는지 모르겠어요. 그저 정신이 없어요. 뭔가를 잔뜩 하고 있는데, 뭐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뭔가 빠진 게 있는 것도 같고. 그런데도 시간은 흘러가고 세월은 흘러가고.

일전에 [공격]을 읽을 때, [머큐리]도 같이 읽었어요. 주인공들의 외모가 꼭 나 같다고 느꼈어요. 너무 초라하고 못생겨서 얼굴을 들기가 부끄러워요. 누군가와 마주치는 게 부담스러울 때도 있어요. [공격]의 주인공은 자신의 추한 외모에서 어떤 쾌락을 얻지만 전 그렇지도 않아요. [머큐리]의 그 사람처럼 살 수도 없고요. 그저 이렇게 흔해빠진 인생을 흔해빠진 체념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확실히, 나의 몸은 나의 욕망을 배신해요. 아, 이건 단순히 외모의 문제를 얘기하는 건 아니에요. 나는 나를 배신하고, 욕망은 언제나 몸과 갈등해요. 그리고 나는 초라해서, 아무렇게나 되었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려요. 그래, 아무렇게나 되었으면 좋겠어. 그랬으면 좋겠어.

부리가 붉은 새. 가슴이 붉은 새. 그리고 발톱이 붉은 새.
아침마다 그 화살을 떠올리며, 잠시 잠깐 황홀할 뿐이에요.

어차피 지나가는 감정들, 이렇게 배설하고 나면 아무렇지도 않은 감정들일 뿐인 걸요. 좀 자고 나면 괜찮을 거예요. 씨익.

8 thoughts on “붉은 거미줄

  1. 그 소설 주인공들은 괴물처럼 생긴 걸로 나오잖아요! 전에 뵌 모습과 신문에 난 사진으로 판단해 봤을 때 루인님은 괴물 아니던데. – 0-;;
    어쩌면 루인님이 원하시는 외모가 너무 특출한 것은 아닐까요? ㅋㅋ

    1. 그럼 전 [머큐리]에서 거울도 못 보고 갇혀 지내는 사람일까요? 흐흐흐 (후다닥, 도망간다.)
      별다른 이상형은 없는데, 그냥 스스로가 너무 초라하고 이상하게 보일 때가 있어요. 흐

  2. 그러게요. (직접 뵌적은 없지만) 루인님은 손톱도 예쁘시던데…
    누구나 자기에게 들이대는 잣대는 너무 가혹한 법이라서 그런가요?

    1.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보잖아요. 그래서 그렇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하지만 이런 분석과 스스로를 인지하는 방식의 괴리는 어찌할 수가 없어요. 흑.
      흐흐흐

  3. 하하 저는 첫 번째 문장 읽고 노래 가사인 줄 알았어요.
    그나저나 <머큐리> 이거 무척 재미있지 않아요? ㅋ

    1. 오오 나중에 가사를 쓰게 되면 사용해야겠어요. 흐흐
      [공격]이랑 [머큐리]를 같이 봤는데, 둘 다 재밌었어요. 흐흐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