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TV에선 뉴스데스크가 나왔다. 잠시 쉬고 싶었기에 뉴스를 보는데 한국대중가요 60년을 정리하는 기사가 나왔다. 물론 내용은 뻔했다. “신라의 달밤”에서 시작해서 패티김, 신중현, 이미자, 조용필, 서태지로 이어지는 내용이었다. 이런 기획기사면 들어갈, 새로울 것 하나 없는 그런 기사. 기존의 기사를 새롭게 편집만 해도 가능할 기사. 뭐, 그런 빤한 내용의 기사를 나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봤다. 이런 기사는 빤한 내용이어도 또 본다. 그리고 볼 때마다 재밌다. -_-;; 흐. 무엇보다 조용필 노래가 세 곡이 나와서(전부 다는 아니고 조금씩이지만) 무척 좋았다.
그 기사를 보는 중에, 다소 뜬금없이 신중현의 연주에 매혹되었다. 곡은 “미인”. 예전에 이미 몇 번 들은 적이 있는 곡이다. 그땐 그저 잘 만든 노래 정도 이상의 감흥은 없었다. 근데 뉴스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장면이 아주 잠깐 나오는데, 뭐랄까, 놀람이랄까 감동이랄까, 뭐 그런 느낌이었다. 찾아 들으니, 역시나 좋다. 두어 가지 다른 버전을 듣는데, 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물론 가사는 좀-_-;; 그냥 무시하고 듣고 있다. 연주와 곡 자체는 정말이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신중현은, 그 동안 워낙 유명해서 그냥 안 들었다. 너무 유명하거나, 사람들이 존경한다는 각종 찬사를 보내면 왠지 안 듣고 싶어지는 그런 꼬인 심보라서.-_-; 흐. 달리 생각하면 만나기에 가장 좋은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뜸을 들이고 있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고. ;; 다행인지 운이 좋은지 몇 장의 앨범을 구해서 듣는데, 와, 멋진 곡들이 정말 많더라. 난 여태까지 “미인”, “님은 먼 곳에”, “봄비”, “꽃잎” 정도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렇게 글을 쓸 정도의 감동은 다른 곳에 있다. 음악을 듣다가 어떤 목소리에 완전 빠졌다. 다름 아닌 이정화의 목소리. 찾아보니, ‘신중현 사단’이란다. 흥미로운 건 이 앨범은 ‘신중현과 덩키스 & 이정화’란 표현이 가능하다. 신중현과 덩키스란 그룹의 앨범이면서 이정화란 가수의 앨범이기도 하다. 이정화가 신중현과 덩키스의 보컬도 아니고, 이 앨범이 이정화 독집도 아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수록곡으론 “봄비”, “꽃잎”. 찾아본 자료엔 상업적으로 실패했다고 한다. “미인”을 발표한 신중현과 엽전들을 제외하면 신중현의 그룹으로 성공한 앨범은 없다고 하니 재밌다. 암튼 찾아본 자료엔 이정화의 목소리가 ‘밋밋’하다고 평했다. 몇 년 후, 다른 가수가 “봄비”를 다시 불러 상당한 히트를 기록했다고.
하지만 난, 이정화의 목소리가 싸이키델릭 음악에 더없이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이 앨범이 목소리를 중심으로 하는 그룹의 그것이 아니라, 목소리와 악기가 잘 어울리는 그룹의 그것이라면 더욱더. 앳된 느낌도 들고 청아한 느낌도 드는 한 편, 묘하게 까끌까끌하고 깔깔한 느낌이다. 날 선 느낌이기도 하고. 아쉬운 건, 이 앨범 외에 별다른 앨범이 없다는 것. 하긴 카리스마나 어떤 특별한 개성이 있어 대중적인 히트를 칠 만한 목소리는 아닐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좀 아쉽다.
이 당시 한국에서 싸이키델릭이 유행했다는 것도 놀랍다. 이 앨범이 정말 잘 만든 싸이키델릭 앨범이란 것도 놀랍다. 무려 16분 3초에 이르는 곡도 있다. 조금도 지루하지 않은 구성은 신중현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정화란 목소리를 다른 곳에선 들을 수 없어서 많이 아쉽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은 더 없이 잘 어울리는데. (듣고 싶으면 다방으로. 흐.)
전 김정미 좋아해요. 담배꽁초나, 바람, 햇빛.. 봄이란 노래도 좋고. 이정화도 물론 좋고요. 비오는 날 가을 오는 날, 강가에서 들으면 처량맞고 위로되고 참 좋더이다 ㅋㅋ
오오. 어떤 목소리인지 궁금해요. 찾아봐야겠어요!!
루인님, 올만에 안부용 댓글^0^
요즘 머리가 너무 어지럽고 몸에 기운이 없고 해서 한의원에 알아보니 영양실조래요-_-; 그니깐.. 고기를 안 먹으면 그걸 콩이나, 두부 같은 걸로 채워줘야하는데 그러지 않아서 영양실조가 온거라네요. 어이없게 하하 루인님은 따로 단백질 섭취 하시나요? 콩이나 두부 같은 걸로 특히? 전 해물도 먹고 하는데도 그렇다길래 좀 의외였거든요.
전 이미 오래 전부터 영양실조예요. 흐흐. 채식을 하건 하지 않건 음식을 잘 챙겨 먹어야 하는데 제가 게을러서 대충 먹고 다녀서요. ;;; 크크
두부나 콩을 챙겨 먹어야 하는데, 어떤 땐 볶은 콩을 사 먹고 두유도 매일 한 병은 마시는가 하면, 요즘은 또 게을러서 안 그래요.. 흐흐. 아는 사람은 캴슘제와 비타민제를 같이 먹기도 하더라고요. 아는 분은 밥을 할 때, 찹쌀을 반 정도 넣어 먹으면 좋다고 하고요.
하지만 또 달리 생각하면 체질이 바뀌고 있는 중인 걸 수도 있지 않을까요? 흐흐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