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회

어제는 논문 주제를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아, 예. 운영체계가 잘 갖추어진 학과라면 지난 8월에나 했을 법한 일을 종합심사를 위한 원고 제출 마감 일주일도 안 남기고 했습니다. 원래는 안 하려고 했는데, 그래도 첫 논문부터 발표회가 자리를 잡아야지 않겠느냐는 선생님들의 의견으로 시행했는데, 하필 제가 첫 번째였습니다. 흑흑. (조금 억울했지요. 흐흐.)

논문 주제 발표회는 학과마다 전통이 달라서 발표회가 없는 학과도 있고 있는 학과도 있어요. 저의 선생님(지도교수)이 속한 학과엔 없고, 여성학과 주임교수가 속한 학과엔 있어서, 주임교수의 제안에 따라 발표회를 하기로 했지요. 전 발표회를 하지 않고 넘어가길 바랐기에 많이 긴장했지요. 근데 저의 선생님도 많이 긴장하셨는지 어제 아침부터 전화를 주셨어요. 너무 긴장하지 말라고. 발표회가 4시인데, 저보고 점심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고요. 전 보통 점심 겸 저녁으로 오후 3~4시 사이에 먹거든요. 그래서 아마 점심은 안 먹고 들어갈 것 같다고 답했지요.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속이 비면 더 힘드니까 속이라도 든든해야 한다면서 점심도 사주셨어요. 후훗. 발표회가 끝나고 나선 선생님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오늘 아침에도 살아있는지 걱정하시며 전화를 주셨고요. (너무 자랑하고 있나? ;; 흐흐.) 이렇게 걱정하시면서도 논평은 날카롭게 하시니 고마울 따름이죠.

발표회는… 흑흑. 비약하면 이미 본문을 다 쓴 상태에서 논문을 엎어야 하는 건 아닐까 싶은 논평도 있었습니다. 끄응. 서론에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신문기사에 등장한 변태들(반음양, 성전환, 여장남자, 남장여자)의 역사를 적었는데 이 기사에 다른 선생님들이 꽂혀선 제가 기획한 본론을 서론으로 쓰고 이 기사를 본론으로 쓰라는 논평도 있었지요. ㅠ_ㅠ 물론 제가 본론 소개를 너무 간단하게 한 문제도 있었지만요. 근데 전 이 기사들을 학위논문으로 분석하기엔 현재 저의 역량은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이 기사 분석은 논문보다는 잡지나 단행본에 들어갈 원고로 쓰고 싶은 욕심이 더 커요. 이번 논문에서 제가 하고 싶은 건, 너무 진부한 내용이라고 해도, 어떤 이론적 틀의 정리였거든요.

암튼 뭔가 어처구니없는 게 나올 예정입니다. 그러니 내년 1월 2일 이후론 제가 뭔 짓을 했는지 잊어주시면 너무 고마워요. 흐.

+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변태를 신문기사로 다룬 내용을 분석하는 글은, 사실 간단한 자료집 수준으로 만들려고 했어요. 예전에도 밝혔듯. 내년 1월에 쉬엄쉬엄 놀면서 할까 했죠. 근데 어제 반응으론 출판물로 만드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했어요. [Run To 루인]을 통해 PDF로 인터넷 출판을 하건 다른 형태로 하건. 암튼 뭔가 재밌는 주제가 생긴 건 확실하네요. 히. (근데 신문기사 내용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이 글을 읽으면 막연한 내용이라 답답하겠어요. ;; 이글 참고)

9 thoughts on “발표회

  1. 핑백: Run To 루인
    1. 아, 아직 멀었어요. 이번엔 논문 주제를 발표한 거고 최종 심사가 남았어요.. ㅠ_ㅠ

  2. 축하드려요. 이제 슬슬 함께 움직여볼까요? ^^ 크크.. 그리고 출판물 좋지요. 그걸로 난 지렁이 사무실 비용 마련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하하.. 화이팅

    1. 아마 1월은 되어야 가능할 거예요.
      조금씩 움직이는 건 가능하지만. 히히.
      저도 얼른 움직이고 싶어요. 헤헤

  3. 루인, 장하다!는 말을 드립니다-
    새삼 저는 뭐하고 있나 되돌아보게 되는군요ㅠ 2008년 왠지 최악의 해로 남을 거 같아요ㅠ
    평가회의 때 못 봐서 아쉽지만 암튼 장하십니다 흐흐-

    1. 와, 고마워요!
      잘은 모르지만 당고도 올 해 멋진 한 해 보냈을 거예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도약을 위해 발동을 걸고 있는 시간이었거나요. 힘내요!
      평가회의에 못 간 건 정말 아쉬워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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