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자꾸만 쓰고 싶은데 쓸 내용이 없을 땐 뭐라도 쓰고 지우길 반복한다. 하루 종일 이 상태다. 뭔가를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블로깅을 할 땐 키보드로 바로 쓰는 습관이라 모든 글은 사라지고 없다. 다행이다. 만약 혼자 읽는 일기장이었다면 상당히 많은 글을 썼겠지. 일기장이었다면 아무 글이나 두서없이 아무렇게나 썼을 테다. 이곳에 쓰는 두서없는 글은 그나마(!) 정리를 한 글이다. 믿거나 말거나-_-; 나는 이곳, [Run To 루인]이 일기장이길 바라지만 이젠 그럴 수 없다는 걸 안다. 이제 이곳은 일기장이라기 보단 그냥 어떤 공간이다. 일기장이기도 하지만 일기장일 수 없는 어떤 공간. 일기장이긴 한데 일기장이 아니기도 한. 어떤 공간. 그래서 나를 가장 많이 닮았다.
별다른 일이 없으면 난 항상 사무실에 있기에, 사무실에 들르는 사람들은 누구나 내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비록 나는 누가 들렀다 가는지 모른다 해도. 그들이 내가 있는지 여부에 신경을 쓰는지 나로선 알 수 없다 해도. ‘나’라는 어떤 사람이 사무실 한 구석에 있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래서 나의 일상은 완전히 노출되지만, 이런 노출이 나와 관련해서 알려주는 건 그렇게 많지 않다. 많은 것을 알려주면서도 알려 주는 것이 별로 없는 상태. 이런 내 생활 방식은 [Run To 루인]과 닮았다. 나의 블로그는 나의 많은 것을 알려주지만 또한 나의 일부만을 알려준다.
나의 오프라인과 나의 온라인. 이 둘을 다 안다고 나를 아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다른 누구보다도 나 자신이 나의 모습을 잘 모른다. 그래서 나는 내 모습이 낯설다. 종종 나의 블로그에 비치는 내 모습이 낯설고, 내가 사무실에 있는 모습을 말해주는 사람들의 언어 속에 있는 내가 낯설다. 그 둘을 합한다고 해결이 되지 않는다. 나는 내가 전혀 모르는 어떤 삶을 살고 있다. 이제 나의 블로그는 더 이상 나만의 것이 아니고, 내가 아는 나의 모습이 아니며, 사무실에 머무는 나도 더 이상 내가 아니다. 그런 어떤 기억들의 조합, 흔적들의 조합일 뿐이다. 몇 개의 조각으로 나뉜 조각 맞추기인지 모르는 상태인데다 각각의 조각들도 어느 하나 딱 들어맞는 게 없는 조각 맞추기. 근데, 고작 몇 개의 조각만으로 타인과 자신을 알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을 뿐, 이런 게 너무 당연하다.
백만 년 만에 음악다방에 새 글도 하나 쓰고 음악도 올리고 댓글도 달았다. 참 민망하다. 하지만 하고 싶었던 말, 쓰고 지우길 반복했던 말의 일부, 조각 하나는 다방에 있는 글에서 찾을 수 있다.
몇 조각이라도,
알고 있지 않으면,
무엇을 믿어야 할 지 모르는 마음이랄까요..
그건 그래요. 그 작은 조각 하나가 관계를 만들어가는 힘이기도 해요. 그래서 작은 조각 하나가 간절할 때도 있고요.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