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또 무언가를 준비해야 하고, 움직여야 한다. 음악 속으로 도망쳐 숨어 있기엔 내가 해야 할 많은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내가 해야 할 일들은 언제나 나의 뒷덜미를 잡고 끌고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조금 봐주는 날은 있어도 결국은 끌고 간다. 나는 기꺼이 끌려간다. 슬픔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도, 나는 할 일을 해야 한다. 꺽꺽대며 가픈 호흡을 밭으면서도 나는 끌려가길 자처한다. 끌려가다보면 다른 길이 나온다. 지금 경도된 상황으로 인해 놓치고 있는 다른 길. 다른 세상. 식각한 곳이 만드는 반사각의 조명도가 약해지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