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우연히 현재 상황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텍스트를 만나는 경우가 있다. 오늘이 그렇다. 아침에 학교에 와서 블로거뉴스를 뒤적이다, 『도서관 전쟁』이란 제목의 애니를 소개받았다. 시대는 다소 미래. 어느 나라의 정부가 “미디어 양화법”이란 법을 만든다. 미디어 양화법은 모든 서적들을 검열해서 위험하다 싶은 책들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하고, 사람들이 읽을 수 없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래서 권력자들이 허가하는 도서만 도서관과 서점에 진열할 수 있다. 이에 각 지역 도서관들이 저항하고, “도서관 자유법”인가 하는 법을 통해, 사람들이 검열 없이 책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소위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연방정부와 지역도서관의 싸움이랄까. 책을 검열해서 회수하려는 국가와 검열 없이 사람들이 모든 도서에 접근할 수 있게 하려는 도서관 사이의 싸움. 이것이 도서관 전쟁이다. 제목의 “전쟁”은 은유가 아니라 진짜다. 책을 지키기 위해 방위군을 만들고, 실제 총을 겨누며 싸운다. 물론 시민들은 다치지 않게 도서관 내에서만.
총 12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이 애니를 받아서 보았다. 뭐, 불편한 부분도 있고, 진부한 내용도 있고, 결론도 빤하긴 하다. 그럼에도 중간에 그만 볼 수 없었다. 애니의 한 에피소드가 끝나고 엔딩 곡이 흐르기 전엔, 이 애니는 어디까지나 허구지 실재가 아니라는 설명이 나온다. 일본에선 이게 허구일 수도 있다. 잘은 모르겠지만. 허나 적어도 한국에선 작금의 현실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요즘 다시 한 번 촛불이 타오를 거란 얘기가 많이 오간다. 아니, 이미 타오르고 있다. MB는 미디어 관련법을 개정해서 재벌들이 방송사를 소유할 수 있게 하려 애쓰고, 조중동이라 불리는 언론들은 언론노조의 파업을 비난하기 바쁘다.
나는 아침마다 라디오를 듣는데 MBC는 사활을 걸고 있는 거 같다. 다행인지,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다. MBC의 간부들과 조합원이 아닌 이들도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을 지지하고 있다니 분위기는 좋은 거 같다. 물론, 노조원들이 자신들은 임금협상과 같은 이유로 파업을 하는 건 아니란 식의 언설은 불편하다. 이 말 자체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간 임금협상이나 작업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다른 노동자들의 파업에 “경제 위기” 운운하며 부정적으로 보도한 적이 많으니 곱게 보이지는 않는다. 궁색한 변명 같고, 작업환경 개선이나 임금협상을 위한 파업은 여전히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아, 불편하다. 그럼에도 이번 파업은 중요하다.
어제 타종식을 했다고 한다. 그것을 KBS에서 중계도 했단다. 사실 이런 거 하는 줄 몰랐다. -_-;; 근데 그 타종식 중계가 참 웃겼단다. 타종식 주변에서 촛불시위를 하고, 정권퇴진을 요구하는 소리가 울렸지만, 방송에선 한 마디도 안 나갔다고 한다. 방송에선 오직 사회자들과 타종식만 보여줬다고 한다. 알고 보니, 종각의 타종식인데, 주변 모습은 대학로의 것, 타종은 종각이 아니라 임진각의 것이란 의혹이 있다고 한다.(출처: http://medwon.egloos.com/2233273) 비교화면을 보면, 확실히 카메라가 보여주는 모습도 다르다.(출처: http://sattonara.tistory.com/35) 이런 조작을 통해 주변의 시위 모습과 시위대의 함성이 방송에 안 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아직은 의혹 수준인 듯하다. 다만, 이런 의혹의 대부분이 진실이라, 의혹이라는 부연 설명이 물증 같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도서관 전쟁』의 결론은 간단하다.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 다른 누군가의 사전 검열 없이 ‘나의 선택’으로 읽을 자유를 보장하라는 것. 물론 이런 애니가, ‘지금은 애니의 상황 정도는 아니니까 지금은 괜찮아’라는 위안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라고 지적할 수도 있다. 검열을 주장하는 입장과 검열에 저항하는 입장이라는 다소 단순한 구도(물론 이 둘 사이에 다른 입장이 있긴 하나, 결국은 어느 정도의 검열을 주장한다), 검열에 저항하는 이들은 마치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은 이 애니의 명백한 한계다. 한계와 문제점은 이것 말고도 얼마든지 더 지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이 애니가 오늘날의 한국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아, 조금 섬뜩했다. 블랙코미디가 아니라 애니로 만든 다큐 같아, 등골이 오싹했다.
방송법때문에 시위를 한다고 하죠? 그런데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지난번 소고기때문에도 그 난리를 쳤죠. 그런데 정작 요즘 미국산 소고기 소비량이 급등했다고 하네요. 전 이런 보도를 보고 있자면 정말 쪽팔립니다. 이 나라 사람들은 기억력도 형편없고, 자존심도 없나봅니다. 왜 시위 했는지 모르겠어요. 물론 거기서 시위했던 사람들 중 미국산 소고기 먹는 사람들 비율이 시위 안했던 사람들 보다는 낮겠지요. 하지만 아무튼 이런 보도를 보면 절망하게 됩니다. 지금도 방송법때문에 시위는 하겠지만 만약 또 정부가 원하는대로 방송법이 개정되면 사람들은 또 재벌이 만든 방송 보면서 언제 시위했냐는 듯 멍청하게 티비 앞에 앉아서 희희덕거리겠죠. mb정부가 들어서고 나서는 모든 게 절망적입니다. 에효.
저도 쇠고기 판매 소식을 듣고 당황했어요. 근데, 이렇게 시위라도 하지 않으면 어쩌겠나, 싶기도 해요.
‘어떻게’라는 질문은 부재하는 것 같으면서도, 실질적인 어떤 움직임은 만들어내는 아고라의 방식이 아닌 어떤 움직임, 운동이 가능할까를 고민 해야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이번 파업과 촛불시위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여러 가지로 복잡할 뿐이에요…
하아……………………… ;ㅁ;
여러 모로 심란해요..
엇…실수로 비밀 댓글 달았네요…죄송 ㅡ_ㅡ
별것도 아닌데;;
호기심에 패스워드 옆의 박스를 눌렀습니다. 에헷~
미안해요 ㅠ_ㅠ
흐흐. 호기심을 참는 것보다 이렇게 결과를 아니까 더 기쁘지 않나요? ^^ 호기심은 언제나 즐거운 결과를 부르는 거 같아요. 헤헤
mb 정부가 죽어라-
책을 싫어한다고..
그래서..’TV 책을 말하다’같은 프로를 없애버린 게 아닐까..
라고 말했던 우석훈 아저씨가 생각나네요.-_-;
왠지 설득력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