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길

01
잊을 만하면 연락이 오는 사람이 있다. 아니, 내가 잊으려고 했다는 사실 자체를 망각할 즈음, 알고 지낸 사람이란 사실 자체를 잊을 즈음, 이름마저 낯설 즈음 연락이 오는 사람. 그래서 연락이 오면 내가 자못 당황하는 사람. 마치 죽은 사람에게서 연락이 온 것 같다. 이런 사람에게 답문자를 하기란 참 어렵다. 예전에 어떤 관계였는지 거의 다 잊어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기가 쉽지 않다. 이음새가 너무 헐거워 무난한 답만이 오가고, 무난한 연락 속에서 이음새는 더 삐걱거린다. 언제 잊어도, 언제 잊혀도 당혹스럽지 않은 관계. 친밀한 인사에도 어색함만 감돈다.
(20090125 메모)

02
폭풍의 전야처럼 서로 무난한 말만 주고받다가 기어이 속이 뒤집힌다. 속이 뒤집히는 관계, 적어도 내겐 이게 혈연이란 이름으로 묶여 있는 가족이다.

03
작년 가을 즈음 기존의 전자사전이 고장 나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결국 새로 사기로 했다. 사고 나면 결국 영어사전 정도만 사용할 뿐 다른 기능을 사용하지 않지만, 다양한 제품들을 비교하다보면 이런저런 기능에 홀린다. “그래, 이런 기능이 있으면 좋을 거고, 저런 기능도 언젠간 사용할 거야…”라면서. 누구나 알지만, 언젠가 사용한다는 말은 결국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사전 본연의 기능에만 충실하면 된다. 그래서 SD 메모리 카드를 인식할 수 있고(MP3 플레이어 겸용으로 사용하려고;;), 사전 기능에 충실한 것으로 결정했다. 이제 자금만 모으면 된다. 후후. (뭔가 선후 관계가 바뀐 느낌. 흐흐. -_-;;)

10 thoughts on “돌아오는 길

  1. 저도 쓸모가 있을 거야..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것들은 정말로 결국 안쓰게 되더군요. 그래서 mp3를 비롯해 최신IT기기는 아예 살 생각도 안하고 있어요^^

    1. 정말 그래요. 언젠가 이건 꼭 필요할 거야, 라고 판단했던 거 중에서 정말 필요했던 건 거의 없더라고요. 필요하면 그때 사면 되고요.
      근데 왜 책은 이런 판단에 따라 사기가 어려운지 모르겠어요… ㅜ_ㅜ

  2. 저도 한표요. 언젠가 사용하겠지라고 기대한 기능들은 결국 끝까지 쓸 일이 없다는….최신기기는 필요없어요. 그냥 지나간 거 값내린걸로 사도 아니면 중고로 사도 충분하다는!

    1. AS 센터만 괜찮았어도 이런 고민을 안 할 수 있는데, 싶어 아쉽기도 해요. AS 센터에 고장 원인을 확인하려고 보냈더니 더 고장내서 왔거든요. -_-;;
      요즘은 기능이 너무 화려해서 뭘 하나 사기가 부담스러워요. 내가 원하는 기능한 선택해서 제품을 주문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 흐흐.

  3. 맘 고생 하고 돌아오신거에요?
    가실 때 왠지 걱정 되더라구요;;
    털어 버리도록 노력해야겠죠 ㅠ_ㅠ

    1. 부산 갔다 오면 꼭 겪는 사건 같아요. ;;;
      얼른 털어버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헤헤.
      고마워요!

  4. [마치 죽은 사람에게서 연락이 온 것 같다.]
    으핫; 얼마 전에 제가 그런 연락을 취해봤는데,
    가끔은, 좋더라구요(응?)

    1. 가끔 도착하는 연락은 반가운데, 이제 연락하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에게서 연락이 와서 당혹스러울 때가 있긴 해요. 흐흐.
      근데, 여울바람 님 연락이라면, 받는 사람도 기분이 좋았을 거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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