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는데 ㅈㅎ님에게서 문자가 왔다. 예전에 받은 논문을 읽고 있는데 단행본을 내란 내용이었다. 그냥 예의상 하는 말로 넘겨들었다. 그럴 내용이 아니란 걸 알기 때문이다. 내 논문에 대한 나의 평가는, 글쓴이의 주장이 없는 발제문이니까. 그래서 그냥 잊었다.
ㅈㅎ님과 같이 하는 프로젝트가 있어, 어제 모처에서 만났다. 근데 논문을 책으로 내라는 얘길 시간이 날 때마다 반복하는 거다. 일요일에 받은 문자를 빈말로 들었기에 조금 놀랐다. 좀 정리를 해서 단행본으로 나오면 여성학 교재로 정말 좋겠다고. 조금만 쉽게 풀어 쓰면 학부와 석사초급과정 교재로 좋겠다는 말과 함께. 논문의 현실과는 별도로, 이 정도의 평가에 황송할 따름이다.
재밌게도, ㅈㅎ님의 얘기를 들으며 내 논문을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도대체 내 논문에 무얼 기대한 걸까? 다소 혼란스러웠다. 나의 평가대로 발제문이라면, 발제문 역할에 충실하면 그것으로 충분한 건 아닐는지. 논문을 쓰기 전엔 정희진 선생님의 석사논문수준을 욕망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건 너무 당연하잖아(『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가 정희진 선생님의 석사논문이다ㅠ_ㅠ). 현재 한국에서 젠더를 논의할 때 많은 경우 트랜스젠더를 배제하거나 책 말미에 덧붙이는 식이 대부분이다. 관련 문헌을 찾거나 접근하기도 쉽지 않는데, 상당수가 외국어거나 이제는 구할 수 없는 자료집이나 보고서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트랜스젠더 이론을 중심으로 젠더 논의를 재배치한 책이 한 권 정도 있다면, 어떤 식으로건 쓸모가 있지 않을까? 『젠더 트러블』을 쓸 것도 아니고 그럴 능력도 없음을 아는 상황에선 간단한 입문서 정도도 괜찮지 않을까?
(사실 3년 전부터 미국의 트랜스젠더 이론을 정리하는 책이 나온다는 얘기가 있어 굳이 내가 낼 필요가 없는데,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뭐, 이런 고민을 했다. “인세 계약을 하면 일 년에 10만 원 정도의 인세는 들어오지 않겠냐”란 말에 “그럼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생활비는 벌 수 있겠어요”라는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흐흐. 근데 정말 준비해볼까?
사실 이 모든 고민과 농담에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그건 내 논문을 책으로 낼 출판사가 있을 리 없다는 것. 으하하. 내 논문을 책으로 낼 출판사가 없다는 걸 확신하니 이런 망상도 하는 거다. 크크크. (결국 자학개그;;;)
꼭 출판하세요. 출판사가 있을 겁니다 ^^
하지만 원고를 읽는 순간 출판사는 연락을 끊을 거예요. 흐흐흐 ㅠ_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이야기인데요 ^^
그럴 리가 없어요. 으하하. 더위 먹어서 잠시 헛소리한 거예요. 흐흐.